[MT시평] 복수노조 허용 그후 5년

[MT시평] 복수노조 허용 그후 5년

이근덕 기자
2016.08.10 04:22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구 노동조합법은 이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 복수노조 금지 규정이다. 1997년 3월13일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정 시 이 조항이 삭제되어 비로소 복수노조 설립은 허용되었고 그 상징적 산물은 한국노총과 조직대상이 같았던 민주노총의 합법화였다. 다만 기업단위에서는 14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1년 7월1일에서야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일이다.

돌이켜보면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될 당시 크게 긴장했던 것은 경영계였다. 노동조합 설립이 쉬워졌다며 걱정했고, 하나도 버거운데 노동조합이 두 세개 생기면 어쩌나 우려했다. 특히 사무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반면 노동계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활발해 질 것이고 그럼으로써 노사관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했었다.

물론 복수노조 설립의 뒷면에 노노갈등과 분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이 거론되었지만 그리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노동계는 지난 5년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와 그로부터 파생된 공정대표의무제도로 인해 소수노조의 단결권이 배척됐고 노노갈등이 커졌으며 노동조합 간 차별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도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가 주도하여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개탄하고 있다. 필자도 불합리한 제도와 위법한 행태는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조직은 다투며 나눠지면 그 후유증으로 이탈자가 크게 늘고, 의기투합하여 통합하면 그 기대와 희망으로 구성원이 급속히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조직은 둘로 나누어지는 순간 3개가 되는 경향성이 있다. 가령 1990년 1월22일 전노협이 설립된 후 민주노총으로 전환될 때까지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노총으로부터 많은 조합원들이 이탈하였지만 그들이 모두 민주노총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한국노총을 비판하며 탈퇴하였으나 민주노총은 부담스러워 가담하지 않은 제3의 세력이 자연스레 생겨났고 이들의 수는 2014년 말 현재 무려 430,881명으로 불어났다. 국민노총 등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제3노총 설립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경향성 때문이고, 일본(RENGO, ZENROREN, ZENROKYO)과 프랑스(CGT, FO, CFE-CGC)에 합법 노총이 3개인 것도 우연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러한 조직의 특성과 경향성은 복수노조 시대에도 노동조합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었다지만 그것이 노동조합은 당연히 복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나누어 놓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지만 노동조합은 모이면 힘이 나는 원리로 작동된다. 지난 5년 나누어지니 갈등은 불가피했고 노동조합의 세력 확대는 어려웠으며, 반대로 사용자에게는 분리관리를 확고히 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지난 5년간 노동계는 복수노조 설립의 뒷면을 과소평가했고, 경영계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불합리한 제도개선도 중요하다. 또한 사용자 주도로 제2, 제3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위법한 행태도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하나 된 단결’이 토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제도개선과 규제 또한 허사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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