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헬리콥터머니 억측과 엔화의 급등락

[MT시평]헬리콥터머니 억측과 엔화의 급등락

이지평 기자
2016.08.12 04:13

일본이 하늘에서 지폐를 살포하듯이 통화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헬리콥터머니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금융시장의 억측과 함께 최근 엔화환율이 극심한 급등락을 보인 바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1달러당 99엔까지 급등한 엔화가 지난 7월22일에는 106엔 수준까지 약세를 보이다 지난 7월29일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다시 101엔대로 급등했다. 일본은행은 이미 일본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만기가 도래하면 회수되는 것이며 과대하게 국채가 발행되면 결국 증세를 통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회수되지 않고 증세도 전제하지 않는 헬리콥터머니와는 다르다.

일본정부나 일본은행은 헬리콥터머니 정책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헬리콥터머니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것은 일본은행의 양적 금융완화에도 2%인 물가상승 목표 달성이 계속 늦어지고 엔화도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헬리콥터머니를 강조해온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임 의장이 지난 7월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함으로써 이러한 시장의 기대가 고조됐다. 사실 버냉키 의장은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 영구국채나 헬리콥터머니는 논의하지 않았으며 일본이 금융완화를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다만 버냉키 의장은 평소 헬리콥터머니를 언급하면서 일본정부가 영구국채를 발행하고 이것을 일본은행이 직접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영구국채를 0% 수준의 금리로 발행하고 일본은행이 이 영구국채를 직접 인수하면 이는 헬리콥터머니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일본은행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본정부로서도 정치적 결단과 절차가 필요하다. 일본은행의 직접적인 국채 인수는 재정법 제5조에 의해 금지되고 있으며 이를 국회에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민당이 우세한 상황에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치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제정법 제5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군부가 득세하면서 재무장관을 살해하면서까지 실시한 헬리콥터머니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교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무모한 전쟁 수행을 가능케 한 헬리콥터머니 정책은 전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예금인출 일시제한 조치로 인해 일본 국민들이 예금자산의 실질가치를 순식간에 상실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후 헬리콥터머니 정책을 감행한 독일도 1923년 1월 250마르크였던 빵 1개 가격이 12월에는 3990억마르크까지 상승했고 100조마르크 지폐까지 등장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며 헬리콥터머니를 통한 수요의 창출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한 임금소득 근로자의 일시적 손실, 예금자산 소유자의 자산가치 소멸을 통해 정부 등 채무자의 채무부담을 없애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할 경우 오는 9월에 있을 일본은행 정책회의에선 추가 금융완화 조치가 결정되더라도 이는 양적금융완화 규모 확대나 시중은행들의 일본은행 계좌 예금에 대한 마이너스금리폭 확대 등 기존 정책이나 부작용이 크지 않은 신규 정책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양적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 의지 표명, 일본은행의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정책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는 헬리콥터머니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대폭적인 금융완화와 함께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금융시장에서 헬리콥터머니 정책이 의심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는 것은 엔화 급변동을 통해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고율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엔화 가치가 파괴될 정도의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당분간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구국채나 헬리콥터머니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나 이를 부추기는 투기정보로 인해 엔화가 급변동할 위험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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