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의 이경촉정 전략, 사드 후폭풍은?

[광화문]중국의 이경촉정 전략, 사드 후폭풍은?

베이징(중국)=원종태 기자
2016.08.17 06:00

2011년 가을, 중국 베이징에서 단기 연수를 하며 대륙의 민낯을 잠시나마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그때 연수를 했던 베이징항공항천대에는 유난히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빈 강의실 곳곳에서 이디오피아나 잠비아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 한자를 거의 그리다시피 하며 쓰기 연습에 몰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학생들에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냐”고 물으면 “숙제야, 바빠”라며 웃곤 했다.

그때 만난 아프리카 학생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온 학생들이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이경촉정’(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을 너무 잘 하는 나라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깨려면 아프리카부터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출발해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 파키스탄 과다르 항을 거쳐 아프리카 지부티 오보크 항, 탄자니아 바가모요 항, 남아프리카공화국 리처드만 항, 나미비아 월비스 만에 이르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주요 외교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아프리카를 방문해 앞으로 3년간 6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도 안겼다. 중국 대학들에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도 아프리카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면 그들이 정치적으로도 중국을 도울 것이라는 이경촉정 전략이 담겨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 규모는 이미 2014년 2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의 이경촉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국 남서부의 원자력발전소인 힝클리 포인트 프로젝트 투자는 물론 스위스 최대 종자 기업인 신젠타, 독일 최대 로봇기업인 쿠카, 호주 최대 목장기업인 S 키드먼 앤 컴퍼니 인수에 이르기까지 차이나머니의 포식력은 엄청나다. 미국 정부 반대로 물러서긴 했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세계 4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 것도 기본 배경은 간단하다. 이경촉정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육해상 신 실크로드 구축), 상하이협력기구(SCO) 기금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도 바로 이경촉정을 이루려는 시도다.

한국이 사드(THH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문에 시끄러운 이유 중 하나도 중국의 이경촉정 전략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고리는 뗄래야 뗄 수 없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6.1%를 차지하며, 대 중국 무역 흑자는 전체 무역 흑자의 52%에 달한다. 당장 사드 때문에 중국의 반한 감정이 깊어지고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기만 해도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이미 선언적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에 사드가 허용된다면 필리핀에도 사드가 배치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도 결국은 중국 포위 전략이고, 사드는 그 전략의 핵심이다.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들의 중국 TV 출연 제한 같은 조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당장 내달 초 항저우 G20 회의가 끝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청와대는 과연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중국의 경제 제재가 한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검토했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국방 논리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내놓을 패들을 모두 짐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한가하게 경제 이야기나 할 때냐고? 중국의 이경촉정 전략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누가 좀 그 제재의 수위와 파장을 미리 알려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 국민들이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지 이제라도 점검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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