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사회 신뢰수준 높이려면

[MT 시평] 사회 신뢰수준 높이려면

정태연 기자
2016.09.02 04:42

신뢰는 모든 사회적 행위의 출발점이다. 어떤 종류든 어느 정도든 간에 우리가 행동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말로 소통하는 것도 그렇고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것도 이러한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과 상종도 하지 않는다. 조직과 제도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신뢰할 때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도 수행하고 규범도 지킨다. 조직을 불신할 때 우리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어떠한 희생이나 위험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이처럼 낮은 신뢰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 이때 여기에는 반드시 지급해야 할 비용이나 대가가 따른다. 이처럼 구성원들이 범법행위를 많이 해 그들에 대한 신뢰가 낮은 조직에선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규정을 만들고 그것을 집행해야 한다. 그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위법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과 같은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가령 우리 사회는 만연한 청탁과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소위 ‘김영란법’을 제정했고 그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한 규정들은 정작 조직에 필요한 활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 그것이 없다면 그 조직은 그대로 무너져 망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새로운 규정은 그것을 만들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즉 범법행위를 많이 해서 사회적 신뢰수준을 떨어뜨린 사람들을 주요 목표로 삼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그 규정을 만든 취지에도 맞고 그 규정으로 인해 사회적 신뢰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지위나 권력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여전히 그들이 이러한 규정으로부터 면죄부를 받는다면, 그리고 그런 규정 없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살아온 사람에게만 그것을 적용한다면 그 규정은 또 하나의 사회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신뢰수준이 낮은 사회의 구성원들은 공적으로 필요한 일은 무시하고 사적으로 이득이 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의 안보에 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다. 가령 많은 사람에게 국민의 의무로서 해야 할 군복무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일정부분 우리는 병역면제가 부끄럽거나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랑이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일도 자신의 사적인 이득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면 목숨을 걸고 반대하고 거부한다. 어느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무섭고 비참한 현실이다.

우리가 국가와 같은 공적 차원의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사적 욕구를 위해 헌신할 것인지는 상당부분 국가에 달려 있다. 국가가 구성원들을 어떻게 다루고 대우하는지, 여러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얼마나 사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지와 같은 요소가 그 사회의 신뢰수준을 결정한다. 특히 높은 지위와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해 사회적 규범의 적용을 받지 않거나 부정한 특혜를 누린다면 그 사회의 신뢰수준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너무나 분명하고 뻔한 진리다.

또한 신뢰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이전에 의사소통을 제대로 해야 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효율적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잘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배려하고 귀히 여겨야 한다. 자신만을 고집하는 경우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수 없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의사결정 후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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