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통령의 치국평천하

중통령의 치국평천하

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2016.09.06 05:00

[송정렬의 Echo]

#수신제가(修身齊家).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통령'(중소기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권위주의 시절이었다면 불경죄에 해당하리라. 감히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이유만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곤욕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장 자리가 갖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중통령이라는 별칭이 그리 무리수도 아니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장 중 한 명으로 전국 354만개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을 대표한다. 또 산하 20개 단체와 950여개 협동조합을 이끌며, 노란우산공제를 비롯해 수조원대의 자산 관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 행사에선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지난해 2월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장은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 출사표를 던진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의 비주류였다. 전임 중기중앙회장, 현임 부회장 등 주류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었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안성촌놈’(박 회장이 사석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중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원동력은 바로 중기중앙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중소기업인들의 기대였다.

박 회장은 당선된 이후 전임 회장들과는 결이 다른 행보로 부응했다. 경조사 비용 등에 쓰라고 월 1000만원씩 지급되는 대외활동수당을 받지않고, 법인카드까지 반납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자회사 홈앤쇼핑의 공동 대표이사 자리도 맡지 않는 등 스스로 특권들을 먼저 내려놓았다.

그 이유에 대한 박 회장의 대답은 명쾌하다.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로 봉사하는 자리다. 국고 보조금을 받는 중기중앙회의 비상근 회장이 고액의 수당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깨끗하고 청렴해야 당당하게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

혹자는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약한 술 실력에도 25년간 공사판을 누비며 연매출 500억원대의 알짜 레미콘·아스콘업체 산하를 키워낸 기업인 박성택의 뚝심과 자존심은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4년 임기중 2년차를 맞은 박 회장이 선택과 결단의 기로에 서있다. 특권내려놓기 등을 통해 보여준 ‘수신제가’를 넘어 이젠 본격적으로 중기중앙회 개혁이라는 ‘치국평천하’로 나아가야할 때여서다.

마침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중기중앙회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통해 43개 위법사항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홈앤쇼핑 대표이사 검찰고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비록 전임 회장 때의 일들이지만, 개혁의 과제는 고스란히 현임 박 회장의 몫이다.

중기중앙회 일각에서는 ‘억울하다’ ‘감정이 실렸다’ 등 격한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 중소기업인들은 중기중앙회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실고 있다. “뿌리인 협동조합은 죽어나가는데 중앙회는 수익사업 확대에만 목을 메왔다” “차제에 대대적 개혁을 통해 중앙회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등등.

중기중앙회는 한해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수조원대의 자산을 관리하면서도 그동안 감독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그렇다보니 중기중앙회가 새로운 수익사업에 뛰어들 때마다 어김없이 다양한 의혹과 소문들이 양산되곤 했다.

하지만 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기득권의 뿌리가 깊을수록 저항의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자칫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박 회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박 회장이 나아가야할 길은 명확해 보인다. 그는 중기중앙회 개혁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를 안고 중통령에 올랐다. 또 중기청의 감사결과는 내부개혁을 위한 명분을 던져준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썩은 살이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야한다. 그래야 중기중앙회도 살고, 그 뿌리인 협동조합도 살고, 더나아가 ‘중소기업이 중심되는 바른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이제 박 회장이 중소기업인들의 기대에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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