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장과 자문관 자리를 확보했지만 아무래도 부총재 자리만 하겠습니까. 홍기택 부총재 아니었다면 지금 AIIB 내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국제기구 못지 않게 공고했을 겁니다. ”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지난 12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국장에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자문관에 이동익 전 KIC(한국투자공사) 부사장이 선임된 뒤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뒤돌아보면, 홍 부총재를 선택한 것은 실책 중의 실책이다. 애초 우리몫의 AIIB 부총재에 기재부 출신 인사가 내정됐었다. 그는 AIIB에서도 원했던 인물이다. 신생 국제기구인 AIIB로서는 초기 세팅작업을 위해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필요로 했고 그는 적임자로 꼽혔다.
그런데 홍 부총재가 돌연 낙하산으로 내려 꽂히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총재를 역임했다고 하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그는 AIIB에서 교수 출신의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스탠포드대 경제학 박사라는 학벌과 중앙대 교수라는 전직 등 스펙은 화려했지만 실무를 해 본 적 없는 백면서생이었던 것. 게다가 그는 결국 서별관회의와 관련된 사안을 언론에 얘기해 설화를 자초하며 낙마했다.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투입해 갖고 온 부총재직은 인선에 실패하며 허무하게 날아갔다.
문제는 홍 부총재 사태 이후에도 달라질 조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임기만료를 앞둔 공기업 수장과 감사 자리가 어림잡아 50곳이 넘는데, 임기말 막차를 타려는 정피아들이 득실대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근절 공약은 고사하고 현 정부가 그나마 성과로 내세우던 공공분야 개혁마저 낙하산 인사로 빛이 바래진 시점이다.
정무적 판단으로서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검증된, 역량 있는 사람을 가려 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홍 부총재처럼 잘못된 인사를 하면 인사권자까지 부담이 된다.
지금 곳곳에서 그런 정피아들에 대한 비판이 들려 온다. 정치권에서 내려 보낸 능력 없는 정피아들보다 차라리 테크노크라트 집단인 관피아를 써야 맞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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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경험, 역량, 소신, 염치, 책임감 등에서 세상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행동한 홍부총재 같은 이들을 보면서 그런 시각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언제나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