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광화문]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세종=정혁수 기자
2016.11.01 04:10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지난 해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메르스(MERS) 공포’는 대단했다. 듣도 보도 못한 신종 바이러스에 보건당국이 허둥지둥하면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국민들 살림살이에 미친 경제적 파장이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해외 손님들의 입국 취소가 잇따랐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물론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그 어디에서도 탈출구를 찾기 힘들어 보였다. 한 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이었다. 실제 메르스 발생 한달여 만에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당시 아모레G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회사의 시가총액이 6조 4000억 원이 줄어 드는 등 곳곳에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시 ‘경기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더 엄청난 복병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청탁금지법’이다. ’음식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라는 가이드라인에 갖가지 논란이 일었고, 혼란이 예상됐다.법 시행일이 9월28일 이었으니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같은 기간 청탁금지법이 국민경제에 미친 여파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국내 외식업체 10곳중 7곳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매출급감을 경험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3만원 이하 식당으로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3만원 미만의 서민식당마저도 전체의 65% 가량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식당은 물론 서민식당도 타격을 받고 있으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10곳중 3곳은 휴폐업이나 업종전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이 정도까지인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그저 소박한 마음에 ‘’밥 먹으면 1/n 하면 되고‘ ’술 마셔도 1/n 하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경조사비가 제한되면서 전국의 꽃집도 어려움이 여간 아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손님이 줄어 들면서 꽃 매출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양재동 화훼공판장 조사에 따르면 화훼 거래물량(10월1일~10월28일)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9%가량 줄어든 235만1000속으로 집계됐다. 경조사 때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까봐 ‘제발 조화를 보내지 말아달라’는 상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는가 하면,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축하난 등을 보내고 받는 일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이렇게 되자 전국 원예작목반장들은 오는 3일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생계보장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납득할 만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집단 행동마저 불사할 기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우농가들도 소값 하락과 소비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 농가들은 국회의원들들 상대로 청탁금지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나라 사정을 보면 우선 순위에서 한 참 밀려난 모양새다.

결국 해법은 경직된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살리면서도 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오는 불합리한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다. 국회가 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중FTA 체결 등으로 국내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특히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 뉴스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먹고 살게 해달라”는 이들의 외침이 묻혀 버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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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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