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금융위원회가 매년 오르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잡겠다며 공청회를 통해 개선안을 발표했다. 권한의 범위 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나 근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위의 실손보험 개선안은 크게 2가지다. 첫째, 과잉 진료가 많아 실손보험료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는 도수치료 등은 보장을 원하는 사람만 보험료를 더 내고 가입하도록 특약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을 암보험 등 다른 보험과 묶어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보장만 제공하는 실손보험만 월 1~3만원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일견 획기적인 개선안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손보험에서 특약으로 분리되는 진료를 3~4개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매년 새로운 의료기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잉진료를 유발해 보험료 상승을 촉발하는 제2의 도수치료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과잉진료를 유발하지 않는 일회성 진료라 하더라도 값비싼 신의료기술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어 월 1만~3만원의 보험료로는 늘어나는 실손보험금 지급 요청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자궁근종을 고강도 초음파로 괴사시키는 하이푸는 병원에 따라 300만~600만원대에 달한다.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다른 저렴한 치료법이 있지만 하이푸는 수술을 하지 않고 신체 밖에서 초음파를 쏘는 간단한 방식인데다 실손보험이 적용돼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30만~100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이용이 늘고 있다. 일부 병원은 하이푸로 암 세포도 괴사시킬 수 있다며 영업하고 있다.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팔게 하면 실손보험료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사들은 지금까지 받은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이 나가는 실손보험의 적자를 다른 보험과 같이 팔아 남는 돈으로 메워왔다. 하지만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팔게 되면 실손보험의 적자가 고스란히 드러나 실손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더 부각되게 된다.
금융위가 이같은 미봉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손보험료 급등을 막는 근본적 해법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하이푸 같은 비급여 진료를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비급여 진료는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병원마다 같은 진료인데 이름도 다르고 가격도 심하게는 30~40배 차이가 난다. 하이푸만 해도 300만~500만원을 받아야 하는 비싼 진료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나마 병원간 가격 비교도 불가능하다.

비급여 진료는 보건복지부가 관리해야 하지만 비급여 진료가 병원들의 주수익원이 되고 있는 탓에 병원 눈치를 보느라 나서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인원이 없다며 비급여 전담 인력조차 배치하지 않고 있다. 비급여 진료 관리는 실손보험료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 의료권의 문제다. 한국은 건강보험이 담당하는 의료비 비중이 2009년 65%에서 2014년 63.2%로 떨어졌는데 비급여 의료비가 2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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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도 이같은 문제를 모르지 않으나 복지부가 복지부동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부’가 아니라 ‘위원회’라 정부부처 사이에서 힘도 약하다. 금융업계가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모 부처를 찾아가 금융위 입장을 전하니 “왜 여기 와서 위원회 얘기를 해요”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부처간 협의 사항이 있어도 금융위가 모이자고 하면 말발이 안 먹혀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통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있다.
금융위의 실손보험 개선안은 소비자 입장에선 좋아 보이나 보험사의 손실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민간회사인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손해를 보며 팔긴 어려울 것이다. 메트라이프생명 같은 약삭빠른 외국계 보험사는 손실 나는 실손보험을 팔지도 않는다. 금융위가 힘이 약하여 비급여 진료를 손댈 수 없다면 차라리 복지부가 근본 해법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본 문제를 놓아두고 진통제를 아무리 처방해봤자 병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