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은 중산층입니까?

[기고]당신은 중산층입니까?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2017.01.27 06:00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라면 말고 직접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나요?’ ‘멤버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있나요?’ '살고 있는 집에 방이 3개 이상인가요?’

중산층인지를 판별하는 문항들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무슨 뜬금없이 아이돌이 나오고, 요리가 나오나 할 게다.

맞다. 우리가 아는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50%~150% 사이의 소득계층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을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딱 중간인 사람의 소득의 절반보다는 많고, 1.5배보다 적은 사람들이 중산층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사용하는 세계적인 기준인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7%가 중산층이다.

사실 중산층(中産層)이란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중산층은 경제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중류층(中流層)을 염두에 두고 중산층이라 부르고 있다. 중류층은 경제적 의미 외에도 사회문화적 개념까지 포함된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래서 중산층 기준에 경제적 수준을 묻는 질문 외에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다’, ‘선거에는 꼭 참여한다’와 같은 정성적이고 감성적인 잣대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판별법은 어디서 꼭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중산층 기준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가’, ‘비평지를 정기구독하는가’ 등이 포함됐다. 영국에는 ‘불의와 불평등, 불법에 대처하는가’, 프랑스에선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는가’, ‘직접 만들 수 있는 나만의 별미음식은 있는가’ 등과 같은 문화적 기준도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자기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정신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 반면, 세계은행은 ‘글로벌 중산층은 세계적 생산품을 소비하고 국제수준의 교육을 원하는 계층’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은행은 구매력 기준으로 1인당 연간 4000달러에서(브라질 수준) 1만7000달러(이탈리아 수준)를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봤다. 4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1만6000달러에서 6만8000달러 수준이니 대략 우리 돈으로 2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에 해당한다. 이 수준은 주택과 승용차를 보유하고 자녀를 대학교에 보낼 정도의 구매력 기준이다.

사실 서구에서 중산층 유래는 칼 막스(Karl Marx)의 중간계급론이다. 그에 따르면 중산층은 자본가인 부르주아계급(Bourgeoisie)과 무산 노동자인 프롤레타리아계급(Proletariat) 사이에 있는 중간계급을 의미한다.

소시민계급으로서 ‘쁘띠 부르주아’(the petite bourgeoisie)로 불리는 중소상인, 농민, 장인 등으로 구성된 계급을 중산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중산층은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라기 보다는 계급적, 직업적 성격이 강했다.

계급론에서 중산층도 구(舊)중산층과 신(新)중산층으로 나뉘는데, 구중산층은 앞서 말한 상인, 농민과 같은 쁘띠 부르주아를 지칭하는 것이고 신중산층은 사무원, 관료, 봉급생활자 등 화이트 칼라를 의미한다.

칼 막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 양극화되기 때문에 중산층의 몰락을 예견했다. 그러나 근대사회 이후 중산층은 점점 더 커지면서 하나의 계급(계층)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사회의 가장 중추적인,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계층이 되어버렸다.

이제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일 년에 두세 번은 기부나 봉사를 실천하고, 직접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고 있다. 단순히 자산이 얼마 있고,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지고 중산층을 이야기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사실상 중류층을 지향하고 있는 중산층, 과연 당신은 중산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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