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여성경제단체의 신년하례식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저임금제 등 정부의 노동정책을 자랑하는 자리였다.
홍 장관은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어려움만 얘기하는데 서민경제에 돈이 돌아야 한국경제가 쇠락의 길에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최근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저임금제 관련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러 간 자리였는데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 대부분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책 취지에 공감하며 칭찬한 상인도 있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줄 수 있게 돼 좋았다는 얘기였다.
업계에서도 당장은 어렵지만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홍 장관은 이와 관련,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왔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저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실제 여야가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 3단계 시행안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은 내년 7월부터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든다. 50~299명은 2020년 1월, 5~49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제보다 더 시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속성상 스피드가 생명이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실례로 전기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테슬라의 일론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토요일에 출근해 많은 연구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것을 보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일률적인 잣대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벤처창업 생태계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용호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필요에 의해서 또는 재미있어서 밤새 일하거나 토·일요일에 출근하는 스타트업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세상이 웃을 일”이라며 “근로시간 제한이나 단축 등은 그것이 필요한 직종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자유롭게 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근로시간 단축은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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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부의 정책과 지원에 대해 칭찬해주기 바랄 시점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계가 왜 힘들다고 하는지 더 들어봐야 한다. 홍 장관의 다음 시장 방문은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