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성장을 지속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국민들은 성장 과정에서 극심한 경쟁 속에 내몰렸다. 살기 위해 각자도생을 선택하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희생해야 했다. 이웃을 비롯한 지역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많은 이들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이 된 고독사와 자살 소식은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고독사 통계의 근거가 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작년 2000명을 넘어섰다. 고독사는 가족, 이웃, 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던 1인 가구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사망 후 방치됐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속에 65세 이상 독거 노인은 물론 50대 중장년층에서 고독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독거노인 대부분이 빈곤층이며 경제, 건강, 주거환경,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50대 1인가구도 사회 관계망이 단절된 채 실업, 만성질환, 우울증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살률도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안타까운 지표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1명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25.6명에 달한다.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며 고립된 삶을 살다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혼자 외롭게 고통받다 자살을 선택하지 않도록 함께 사는 사회로 복원시키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제라도 커뮤니티를 부활하는 노력을 기울여 고독한 사람들이 사회와 연결돼 살아갈 수 있도록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웃 공동체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절실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고독사 등 사회문제 해법을 지역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자는 ‘커뮤니티 도시’란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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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각자도생’의 사회가 아니라 이웃의 삶을 돌아보며 함께 나아가는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박원순 시장의 신년사 발언이 변화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