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벌 개혁은 계속되는 것일까?

[기고]재벌 개혁은 계속되는 것일까?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18.11.20 09:00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지난 8월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의 전면적인 개정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꼭지 중의 하나로 재벌 규제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1년 이상 경과된 시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위에서 재벌 문제를 숙고한 결과물로 볼 수 있으며, 이로부터 향후 재벌 정책의 기본 방향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재벌에 관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이는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논의의 진전을 위해 개편안의 취지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개편안에는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고정된 자산총액 기준에서 GDP에 연동되는 비율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은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의 취지에 비춰 타당성을 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개선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해외 계열사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도 계열 관계의 공백을 메우어 기업집단의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상의 개편안에 대하여 비판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개편안 내용은 전반적으로 재벌 규제의 강화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기업집단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는 지분 관계에 대한 규제를 의결권 제한에 초점을 맞춰 강화하고 있는데,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계열관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그리고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 제한이 이에 해당한다.

기업집단에 대한 동일인의 지배력은 그로부터 파생하는 지분관계를 통해 구축되는데, 일정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제한은 지배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동일인이 기존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접 출자 등 새로운 지분관계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는 곧 기업집단 유지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 한도에서 의결권 제한은 재벌 규제 강화로 이해할 수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의 확대도 기업집단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해 기존의 기업집단을 유지하고자 하는 재벌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지분관계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기업집단 유지를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상향도 재벌이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는데 따르는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재벌 규제 완화를 주장해 온 입장에서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편안에 대한 반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재벌 구조에 대한 본질적 개혁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도 지배 구조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기존 기업집단의 유지나 지배력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데 불과한 개편안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번 개편안이 상반되는 입장의 정치적 절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판에 앞서 개편안에서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지향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재벌 구조의 변화는 산업과 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재벌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인식은 개편안에서도 정책 기조로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련의 규제 강화는 재벌의 구조적 개선이 정책적 지향점으로서 배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관련·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거대한 기업집단을 이루고, 동일인에 의해 통일적으로 지배되는 재벌의 집단적 운영 방식이 혁신으로 치닫고 있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도 유효할지의 문제는 먼저 재벌 스스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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