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솔직히 좀 의심했다. 경제부총리가 사석에서 아내 얘기를 했을 때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그는 요즘 아내가 더 좋아졌다며 수수한 매력이 참 좋다고 운을 뗐다.
애들 키워놓고, 주민센터 강좌를 다니는데 최근 재봉에 눈을 떴다고 했다. 몇 달 배우더니 실력이 일취월장해 동대문 옷감을 끊어다 옷을 지어 입는다며 웃었다.
그게 지난해 10월이다. 부총리가 고향인 춘천에서 총선 출마를 할 것인지가 관심이던 때라 이런 소박한 자랑을 의심했다. 표를 의식한 '서민 코스프레'로 말이다.
부총리가 여러 번 부인했지만 매번 되물었다. 진짜 출마하지 않겠냐고. 사실 춘천고가 낳은 현직 경제부총리가 나선다면 당선 가능성은 높다. 그도 모르지 않는다.
정치권 압박도 분명했다. 여당 공천위원장 중 한 명은 그의 고등학교 후배다. 사석에서 부총리 같은 분을 당연히 모셔야 하지 않겠냐고 몇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여당은 4월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권 후반기의 정치력을 좌우하고, 차기 대선 향방을 가를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있어서다. 한 자리가 아쉬운 수준이다.
지역구를 통해 입성하면 적어도 재선까지는 무난할 터다. 잘하면 8년 이상을 금배지 달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은가. 부담스런 부총리는 1년이면 족하다.
그래서 물어볼수록 기자들은 마치 메피스토가 된 기분이었다. 떼놓은 당상을 왜 외면하는가. 거창한 명예보단 인간적인 욕심이 앞서지 않은가. 그렇죠? 맞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에게 지고 말았다. 뭐 눈엔 뭐로만 보였던가 보다. 무역전쟁 최일선에 선 경제관료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 애국심을 우습게 봤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지친 그에게, 미·중 무역분쟁에 데인 그에게, 중동 전쟁위기에 놀란 그에게 금배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그 유혹은 대차게 차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곱씹어 보니, 아차, 가장 중요한 전제가 틀렸다. 30년 공직을 혼자 달려온 게 아닐텐데 배우자의 도량을 몰라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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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에겐 천을 떼다 옷 지어 입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반려자가 있다. 등용 사무관 때부터 그의 곁에서 수수한 마음을 지키며 욕심을 절제한 동반자다. 그를 감히 연기하는 아내쯤으로 여겼다니. 한 편으로 죄송하고, 한 편으로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