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줄곧 유무형의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도 끄떡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윤 총장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꺼내 든 '총장 지휘권'은 검찰총장은 물론 검찰 조직에겐 치명적인 문제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것은 검찰총장이 무력화된다는 뜻이자 검찰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의미다.
사실상 검찰총장으로선 따르기 힘든 선택지로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사퇴로 몰아넣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 발동은 15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에 이뤄졌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지휘권을 발동하면서다. 검찰 조직 전체가 크게 반발했으며 김 전 총장은 천 전 장관의 지휘를 따르긴 했으나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위반 사건과 관련해 불거졌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 전 총리 당시 검찰 수사에서 "검찰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참고인 한모씨를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문제의 '수사 지휘권' 발동 해석은 다음날인 19일에서야 나왔다. 법무부는 이 지시가 검찰청법 8조에 근거를 두고 내려졌다며 추가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수사 과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거꾸로 말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하게 되면 검찰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법무부의 부연 설명은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지시를 2005년 천 전 장관과 김 전 총장 간 갈등 상황과 비슷한 구도로 만들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실제 여권에서도 윤 총장의 사퇴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독립성 훼손을 초래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윤 총장이 져야 한다는 비판론이 불거질 수 있다. 윤 총장으로선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다.
반론도 있다. 기본적으로 법으로 보장한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키는 것이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이 물러나면 당장은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새롭게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외부 입김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검찰 독립성은 요원해진다. 윤 총장 측도 거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보장돼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합당한 지를 두고 따져볼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은 기소 불기소나 수사 착수 여부 등 검찰권 행사와 관련된 부분에 이견이 생겼을 때 적용되는 것이지 이번처럼 사건 배당 등 절차를 놓고 적용하라고 만든 규정이 아니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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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권한쟁의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적정성을 판단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경우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넘기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추 장관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라임 관련 수사에서 현직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비서관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윤 총장이 수사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며 여권의 사퇴 공세를 일축해 나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추 장관과 여당 역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 직전까지 최대한 윤 총장에 포화를 집중해 검찰 수사의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이 있는 한 여당에겐 검찰의 독립성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