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LPG트럭엔 왜 오토매틱이 없을까요?[우보세]

장관님, LPG트럭엔 왜 오토매틱이 없을까요?[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1.07.05 05:4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전시장에서 참석자들이 친환경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한 1톤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2018.5.30/뉴스1
한 전시장에서 참석자들이 친환경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한 1톤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2018.5.30/뉴스1

LPG(액화석유가스) 1톤트럭에는 자동변속기 모델이 없다. 왜일까. 수동변속기 모델이 차값이 더 싸고 연비도 더 좋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LPG 1톤트럭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값에 민감하고 연료비 몇 푼이라도 아끼고 싶어하는 서민들이라는 거다.

그럼 LPG 1톤트럭은 몇 대나 팔릴까. 월 1000대 안팎, 연간 1만대 정도다. 르노삼성 QM6 LPG가 월 1900여대(5월 기준)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숫자다. 옵션을 따질것도 없이 가장 싼 모델이 가장 잘 팔린다. 이유는 자동변속기 모델이 없는 이유와 같다.

1톤트럭을 '생계형 트럭'이라고도 부른다. 영세 자영업자나 택배기사 등 소규모 물류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탄다. 차가 가장 큰 재산인 경우가 많아 '생계형'이다. 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낡은 차를 바꿀때 차값을 꼼꼼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LPG 1톤트럭에 보조금을 대당 4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서민 생활 지원의 명분이 분명하다. 덧붙여 디젤트럭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LPG엔진은 효율이 디젤엔진 못지 않으면서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그린뉴딜 계획에까지 LPG 보조금 확대를 포함시킨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서 LPG트럭 보조금 지급 대상을 현 2만대에서 2022년 2만5000대, 2023년 3만대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었다.

그러던 LPG 1톤트럭 보조금 정책이 사라질 판이다. 환경부가 갑자기 내년에 금액을 200만원으로, 대상을 1만5000대로 줄이고 2023년부터는 아예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편성해 둔 3만대분 보조금은 대신 전기차 트럭에 주는게 환경부 복안이다.

LPG트럭 보조금 400만원. 누군가에겐 없어도 그만인 돈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LPG차가 생계의 주력인 사람들에게는 당장 큰 부담이다. 정부가 이들에게 400만원을 더 내든지 아니면 더 비싼 전기차 트럭을 사라고 강제하는 셈이다.

LPG 보조금을 전기차 트럭으로 돌리는건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전기차 트럭을 만들어 파는 완성차업체들이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나라 전기차 트럭 생산능력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줘도 보조금을 붙여 팔 차가 없으니 예산 불용이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비싼 수입 전기차 트럭을 사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생산능력 걱정 말고도 고민거리가 있다. 전기차가 훨씬 비싸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다. 잘 사는 동네 아파트 단지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이 들어서는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LPG 보조금이 사라지면 트럭을 사려는 사람들이 뜻밖에 디젤로 몰릴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가 친환경 역주행을 유도하는 셈이다.

수소전기차든 순수전기차든 언젠가는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된다.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것도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꼭 경계해야 할 것이 설익은 정책으로 서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LPG트럭 보조금 폐지는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로 벼랑 끝에 선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LPG 지원은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친환경 이미지로 가보자'는 식의 정책 설계는 위험하다. 서민들에게 어려움을 더하는 정책은 환경부를 넘어 청와대에도 부담이 된다. 정치인 출신인 한정애 장관이 누구보다 민감하게 이해해야 하는 행정의 기본적인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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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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