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사유화는 동서고금과 좌우를 막론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공화주의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2016년 가을 어느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한 방송인이 촛불광장에 나섰다. "여러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공화국이 뭔지 아십니까? 함께 공(共), 벼 화(禾)와 입 구(口)를 합친 화할 화(和), 즉 쌀을 입으로 함께 나누어 먹는 겁니다!" 광장에 모인 군중은 환호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쌀을 함께 나누어 먹는 일'에 몰두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논란이 그랬다. 코로나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쪼개어 나누어 주는 일이 빈번하더니 기본소득 논란이 등장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가히 재난에 가깝다.
이들 정책실패의 공통점은 그 이면에 권력 사유화 현상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 사유화는 '다수결=민주주의'라는 단순 도식에 기초한,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를 먹고 산다. '공화주의=왕조 타파'라는 몰이해의 폐해는 더 심각하다. 우리 헌법이 공화주의를 함께 공(共)을 써 공화주의(共和主義)로 푼 것도 한 원인이다. 공화주의(republicanism)의 어원은 라틴어의 res publica, 즉 공중에 관한 일(public affairs)이다. 공무원(public servant)을 공평할 공(公)을 써 공무원(公務員)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공화주의(公和主義)로 풀었어야 맞다. 대한민국의 영문 국호는 'Republic of Korea'다. '한국 코뮌'(Korea Commune)이 아니다.
권력 사유화는 민주공화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내 재산이 소중한 것만큼 남의 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은 헤프게 납세자의 돈을 축내지 않는다. 권력 사유화의 무기는 선동이다. 선동이 잘 먹혀들게 하려면 국민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열망, 시기와 질투, 분노에 불을 붙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인 내집 마련한 이들을 적폐로 몰아세운 뒤 정작 자신들의 부동산 투기는 정당한 사유재산권 행사로 항변하는 것도 권력 사유화의 파생상품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보다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를 선호하는 법기술자들이다.
그 피해자인 유권자 문제도 다시 짚어보자. 민주화 이후 30년이 넘었는데도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에 머물러 있다. 공화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최고 권력자가 물고기라면 '잘 되면 내 탓, 잘 안 되면 나라 탓, 대통령 탓'이라는 왜곡된 유권자의 인식은 연못이다. 유권자 스스로 져야 할 책임도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스스로에게는 면죄부를 주면 법치(法治)는 무너지고 봉건적 인치(人治)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우리 미래 세대가 누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로남불형(型) 권력의 사유화'가 내밀 청구서는 '내 문제'가 아니라는 착각에서 유권자들이 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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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싹을 자르고 공화주의의 뿌리를 갉아먹는 원인은 공익의 탈을 쓴 사익 추구행위다. 가장 큰 책임은 공직자(公職者)들에게 있지만 유권자도 공동(共同)의 책임이 있다. 키케로는 공중(公衆)을 아무렇게나 모인 일군의 사람들이 아니라 정의와 공동체의 이익을 인정하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정의했다. 권력 사유화 극복은 우리 안의 일그러진 욕망을 물리치는 공중이 행사하는 한 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