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자개발은행 협력사업, 환경산업의 기회

[기고]다자개발은행 협력사업, 환경산업의 기회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2021.07.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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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폐수처리에 한국 도움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해 온 세계은행 수석전문가의 요청이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겪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방글라데시에 전수해 달라는 의미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다. 방글라데시 수출의 80%를 의류산업이 차지한다. 다른 한편으로, 수도 다카 인근의 나라얀간지 지구는 섬유공장의 무단 방류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질 오염은 물론 주변의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의 건강과 생존까지 위협한다. 상황이 날로 악화돼 국제사회가 우려할 정도다.

문제해결에 나선 세계은행은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협조를 의뢰해왔다. 기술원은 곧바로 국내 환경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글라데시 폐수처리 및 청정생산 시설 도입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8월 조사가 완료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본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국내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은 경제개발 외에 환경산업 분야에서도 큰손이다. 지난 5년간의 환경사업 규모는 635억 달러(약 72조 원)에 이른다. 세계은행이 절반 이상인 57%, 아시아개발은행이 26%, 미주개발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각각 8%, 7%를 차지한다.

다자개발은행의 개도국 환경개선 프로젝트는 해외 진출을 꾀하는 환경기업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사업자금을 제공해 금융 부담을 줄여주고, 전문가 그룹의 검증을 통해 공신력까지 더해준다. 한번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최근 5년간 수주실적은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 원)으로 총 사업 규모의 0.5%에 불과하다.

환경산업기술원은 2017년 세계은행을 시작으로 2018년 미주개발은행, 2019년 아시아개발은행과 협약을 체결했다. 개도국 환경사업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사업화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세계은행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지난 6월에는 미주개발은행과 협력해 콜롬비아의 농촌형 이동식 수처리 플랜트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에 정식 가입함에 따라 중남미와 카리브지역 국가의 환경개선 사업 참여 기회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시작되는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195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진다. 2050년 탄소중립은 새로운 기회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 달러 규모의 재원 공여를 촉구했다. 환경오염을 극복한 우리의 경험, 그 과정에서 개발한 우수한 환경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글로벌 탄소중립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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