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민이 요소수 기부하게 만든 정부

[기자수첩]시민이 요소수 기부하게 만든 정부

이정혁 기자
2021.11.15 03:09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유 실장은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주(11월 첫째 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른 관료도 아닌 대기업(LG CNS,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 출신인 유 실장이 이렇게 말한 것은 사실 변명에 가깝다.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인데 이를 30년 넘게 관리해온 그의 답변치고는 궁색해서다.

만약 기업에서 현 정부처럼 요소수 품귀 사태를 대처했다면 신상필벌 대상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유 실장이 잘 알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환경부, 국가정보원(국정원) 등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일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제한을) 10월21일에 인지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요소 수출 전 검사 의무화 고시(관세청 공고 2021년 제81호)를 지난달 11일 게재한 것에 비춰보면 무려 10일이나 지난 시점이다.

심지어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에게 2주나 늑장보고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범부처적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셈인데 사실 이번 사태는 일찌감치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올 초 중국은 호주와 정치적 갈등 이후 석탄 가격이 폭등하자 '4대 석탄지수' 발표를 돌연 중단 시켰다. 이때 중국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요소수에 대한 아무런 대응이 없었던 것이 결국 대응 실패로 직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에 부처마다 집중하느라 디젤차에 주로 쓰이는 요소수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는 사이 시민들은 소방서 등에 요소수 기부를 주저하지 않았다.

SCM(공급망 관리)에 구멍이 나 우리 경제가 휘청거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권 말인 탓에 기강 해이로만 치부하기에는 국민의 피해가 막심하다. 11일 청와대는 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와 무관치 않다. 이 정도 조치로 국민이 납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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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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