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전쟁 후폭풍 '순망치한 중·러 협력 강화'

[정유신의 China Story]전쟁 후폭풍 '순망치한 중·러 협력 강화'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2.03.18 02:01
 <정유신의 China Story>
<정유신의 China Story>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격은 장기화하고 미국·유럽 등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부도 위기설까지 나온다. 반면에 계속되는 지원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입에 미온적인 미국과 서방의 태도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나토가입을 포기, 대러협상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일련의 구조변화를 거칠 거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국제여론 등 때문에 제약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란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이유는 정치적 밀월관계와 별개로 중국과 러시아간 경제·무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먼저 러시아의 무역구조를 살펴보자. 옛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는 국내 산업을 키우지 못해 대부분 제품을 수입하고 원유, 가스 등의 자원수출로 경제를 지탱했다. 게다가 수출입의 지역편중, 특히 유럽편중이 심해서 총수출의 37.6%, 총수입의 31.5%를 유럽에 의존할 정도로 취약한 무역구조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최대 무역파트너인 유럽이 강력한 대러 제재를 발동했기 때문에 러시아로선 선택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도위험까지 내몰려서 공식적으로 대러 지원의사를 밝힌 중국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는 셈이다.

그럼 중국은 어떤가. 중국도 겉으론 대놓고 얘기를 못 해도 내심으론 러시아와 경제협력 강화를 바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면 중국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인데 이번 사태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의 3분의2로 턱밑까지 따라붙은 점도 미국이 계속 중국을 압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자칫 부메랑 효과로 미국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라는 수출처를 잃은 유럽이 중국에까지 등을 돌리긴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중러협력에 있어 특별한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둘째, 이번 전쟁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면 공급망 이슈가 만성적인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 상황을 보면 미국·유럽 등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외에 러시아·우크라이나지역의 긴장도 계속되는 등 공급망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쟁의 대규모 인적·물적피해로 아군·적군 구분이 명확해져서 설사 협상·휴전이 된다 해도 협력은 어려울 거라는 게 현지 의견이다. 또 공급망 이슈가 원자재, 곡물, 부품, 제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라는 점도 큰 부담이다. 우선 러시아는 원유 등 원자재 생산, 우크라이나는 농작물 곡창지대란 특징 때문에 물가상승 우려를 낳는데 그뿐만 아니라 부품의 조달과 제품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로 중국 일대일로 정책에 의해 중국-유라시아-유럽을 운행하는 중어우반례(中歐班列) 화물수송망을 들 수 있다. 2020년 기준 열차가 하루 평균 2000편 이상 중국과 유럽을 왕복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문제가 생겨 제품생산의 상·하류공정을 포함한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셋째, 금융 측면에선 디지털화폐 발행과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국제결제시스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 주도 국제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 쫓겨난 러시아가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가상화폐 등 디지털화폐의 중요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협력이 예상되는 중국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CBDC)를 선보였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가세한다면 디지털화폐를 기축통화로 한 새로운 국제결제시스템의 '퍼스트 무브 어드밴티지'(First-move Advantage)를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함직하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디지털화폐 실험 적극 검토'란 행정명령에 서둘러 서명한 것은 앞으로 국제결제 디지털화폐 경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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