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1급' 코로나로 시험대에 오른 부부관계[우보세]

'사회성 1급' 코로나로 시험대에 오른 부부관계[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2.03.30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남편이 코로나 확진, 부인은 무확진. 그럼 이 부부관계는 정상인가요?", "부부 동시 확진자들은 애정이 넘치는 분들이다. 부러워해야 한다"

한 감염병 전문가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보며 순간 "우리 부부관계는 정상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기자 본인을 시작으로 아내와 10살 아들, 6살 딸까지 모조리 확진돼서다. "가족 중에 환자가 발생한 경우 본인이 감염 안됐다면 가족이 아닌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그가 남긴 다른 글을 보면서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의 글이니 일단 신뢰가 갔다.

하지만, 곧이어 어쩐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우리 가족 전파의 원인은 애정이 아닌 그저 나의 '불찰'이었기 때문이다.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 저녁, 평소보다 피로를 느꼈고 약간의 오한이 시작됐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전파의 시작점이었던거 같다.

"오히려 애정이 넘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더 조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감염병 전문가의 글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코로나19 '애정 테스트'가 시작됐다. 고뇌 끝에 "순간의 불찰이 애정결핍의 결과물은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게다가 무증상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가족 전파를 일으키는 경우도 분명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옷깃만 스쳐도 감염이 될 정도라고 하니 아마 대부분 가족 전파는 이렇게 부지불식간 진행될 것이다. 그러니 "부부 동시 확진자들은 애정이 넘치는 분"이라는 그 전문가의 글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애정과 무관하게 그냥 걸리고 전파되는 거다. 혼자만 걸렸다면 운이 좋았거나.

아마도 그 전문가는 코로나19의 넘치는 '사회성'을 통해 인간의 '사회성'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감염병 국면이 막 시작된 2020년 3월 코로나19의 막강한 전파력을 두고 "코로나균은 사회성 A+급"이라고 논평했다. 이후 두번의 변이를 거친 코로나19는 이제 '사회성 트리플A급' 정도는 될 것이다. 이 같은 '초(超) 인싸' 코로나19를 멈춰세우기 위한 방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인간의 '인위적 비(非) 사회성'이었다. 그러니 그가 사회성을 말하려던 거 였다 해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이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유명무실해졌음에도 스스로 '인위적 비 사회성'을 충실히 지킨 결과물이 '나홀로 확진'이라면 어쩔텐가. 부부 동반확진 여부가 그 부부간 사회성의 척도가 될 순 없다.

3년째 모두의 진을 뺀 바이러스가 이제 인간의 애정과 사회성까지 시험하려 드는게 서글프다. 하지만, 얄궂게 가족 모두 확진 투병기를 겪는 와중에 서로 애정을 확인한 것 같기도 하다. 각방에서 매 시간마다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각자의 고통을 견디는 사이 "우리가 가족"이라는 유대감도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오미크론은 독감을 훨씬 뛰어넘는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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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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