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무역을 통한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미중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빨라져서 예컨대 2021년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연 14.2%의 급증세다. 이는 세계 전체의 연평균 수출증가율 약 3%의 4.7배, 같은 기간 미국의 대아세안 수출증가율 6.5%의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중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4%로 미국 17.1%, 유럽 15.4%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아세안의 중국 진출도 마찬가지다. 동기간 아세안의 대중국 수출은 연 13.4%의 빠른 증가세다. 2021년 기준 중국의 수입시장 점유율도 14.7%로 대만 9.4%, 한국 8.0%, 미국 6.7% 등과 격차를 벌렸다는 평가다.
원래 활발했지만 특히 최근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확대가 가속화하는 이유는 뭔가. 전문가들은 첫째, 미중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전략선택을 꼽는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국의 대안으로 친인도전략을 구사하는 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의 하나로 동남아, 특히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11월 발족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중국·아세안 무역확대의 방아쇠가 됐다.
둘째, 공급망(supply chain) 경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차이나 플러스원(China + One)으로 변화할 것이고 이때 플러스원의 대표적 후보가 아세안이라는 게 시장의 대다수 의견이다. 중국으로선 부품·중간재를 연결하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역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세안으로서도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은 물론 중국의 현지 투자와 생산, 고용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동남아지역에서 '화교의 존재'도 한몫하고 있다. 화교란 중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 사는 중국인이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이심전심'과 협력 마인드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화교인구는 6000만명 이상. 우리나라 인구를 능가할 정도인 데다 소위 '화상'(華商)이 아세안국가의 경제권을 80~90% 장악할 정도로 파워가 막강하다. 지난 2~3년간 시노펙 등을 활용한 중국의 대아세안 '코로나 백신외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협력 방안을 들고나왔다. 지난 5월 한국, 일본, 아세안 7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가입한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바로 그것. 참여국 인구 25억명(세계의 32%), GDP도 34조6000억달러(세계의 41%)로 세계 최대규모다. 하지만 아직 선언적 성격으로 회원국에 대한 관세인하나 시장진입 혜택 등이 포함되지 않아 회원국의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어쨌든 아세안으로선 미국의 '구애(?)' 카드까지 쥐어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지정학적으로 미중갈등에 끼어 있는 데다 대중국 수출비중이 25%로 워낙 높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준비로 미중갈등이 다소 소강상태지만 시진핑정부 3기가 시작되면 IPEF 가입국에 대해 어떤 보복방안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대중국 협력과 설득을 강화하면서 수출처 다양화 등 꼼꼼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