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사교육 기관의 사회적인 책임을 논할 때

[투데이 窓]사교육 기관의 사회적인 책임을 논할 때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2022.10.12 02:03
이만기 부사장
이만기 부사장

수학능력시험(수능)을 30여일 앞둔 요즘은 사교육 수요가 급증하고 주요 사교육기관의 매출도 극대화되는 시기다. 그런데 사회는 사교육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최근 치솟는 사교육비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도 한 이주호 전 장관이 다시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다. 재임 시절 경쟁교육으로 공교육 황폐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은 터여서 그가 정식 임명되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사교육 대책이 다시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중에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 한 연구자가 내게 심층인터뷰를 요청하며 질문지를 보내왔다. 질문지를 보는 순간 의아했다. '사교육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인식과 활동.' 사회는 사교육을 언제나 단속하고 규제해야 할 존재로 취급하며 부정적으로 보는데 그것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다니 무슨 말인가. 언제고 한번 우리 사회가 사교육의 공(功)을 인정한 적이 있던가. 그러면서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라니.

심지어 요즘도 그렇지만 이명박정부 시절 사교육 억제 차원에서 일부 스타강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일이 있는데 그때 세무당국은 '민생침해사범 특별세무조사'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사교육을 '악의 축'으로 여기고 백안시하는 태도가 교육당국에는 있다. 엄연히 사교육은 현실에 존재하고 사교육도 교육이며 공교육과 공존하는 과정에서 선한 기능을 수행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교육당국의 사교육 단속과 억제책은 어느 정부에서나 국면 전환용, 기타 정치적 이유로 강력히 시행되곤 했다.

단언컨대 사교육도 분명 존중받아야 할 교육의 한 축이다. 사교육은 여러 면에서 공교육과 경쟁하기도 하고 공교육이 부실한 틈에 끼어들기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좌우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위원회나 기구에 사교육자는 원천봉쇄했다. 현실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면서 엄연히 교육의 한 축을 이루는 사교육인데 야단만 칠 뿐 계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교육은 없고 그저 학원연합회 차원의 의무교육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기관의 사회적 책임, 그에 관한 인식의 필요성과 실천을 촉구하는 논지와 관련된 인터뷰 질문지에 생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당국에는 사교육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사교육자들에게는 교육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부탁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교육기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면 물질적 봉사를 대표로 하는 자선적 책임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거나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공익행사(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소외계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교육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연구한 황지원씨(2021년)에 따르면 사교육기관에는 일반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인 경제적, 법률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 외에 교육적 책임도 있다고 한다. 사교육기관에 요구되는 경제적 책임으로는 고용창출과 교육서비스 개선, 근로조건 향상 노력 등이, 법률적 책임으로는 법적 기준에 맞는 수강료 책정과 고용법규 준수 등이, 윤리적 책임으로는 과장광고 금지와 불안심리 조장금지, 공정한 경쟁 등이 있다. 그것에 더해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학생 인적자본 축적에 필요한 수업을 개설하고 무료 강의 또는 무료 학습자료를 공유하는 등 교육적 책임도 있다.

과연 사교육기관들이 이를 인식하는지 의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사교육기관과 종사자는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실시, 2028학년도 새 대입제도 및 수능개편 등이 이어진다. 과거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엄격한 사교육 대책이 시행됐다. 그러니 이 시기 사교육은 긴장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교육도 존중받아야 할 교육의 한 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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