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해킹된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제멋대로 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이 다운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자율주행차가 멈춰 서면 어떻게 될까. 모빌리티 통신망에 대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시나리오가 미래에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우리는 매일 자동차 해킹과 사이버 보안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첨단기술의 총아인 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 없는 더 나은 세상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가전제품, 제어장치,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는 물론이고 앞으로는 스마트 빌딩, 스마트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등 점점 더 많은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다. 미래 자동차 역시 소프트웨어로 움직이고 정보통신망에 연결돼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작동할 것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되면 편리함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위험 또한 극대화하는 스마트 위험사회가 될 수 있다.
머지않아 상용화 단계에 이를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로는 차량사물통신(Vehicle to Everything·V2X), OTA(Over The Air), 클라우드컴퓨팅, 6G 네트워크 등을 꼽을 수 있다. V2X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있는 신호등, 다른 차량 등과 데이터,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이고 OTA는 무선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SW)를 다운받아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자율주행차가 생성하는 빅데이터를 분산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이며 6G 네트워크는 지금의 5G 네트워크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차세대 통신망이다. 미래 자율주행차는 'SW로 구동되는 이동하는 컴퓨터'고 늘 네트워크에 접속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일 것이다. 컴퓨터도 해킹되고 SW도 바이러스 감염위험이 상존하고 네트워크까지 해킹되는데 하물며 이 모든 것이 통합된 자율주행차의 해킹위험은 얼마나 클까. 네트워크에 접속되면 데이터와 정보가 서로 연결되지만 사이버 해킹 리스크도 연결된다. 네트워크가 6G로 진화하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지겠지만 바이러스 확산속도 역시 빨라진다. 디지털 세상을 설명하는 법칙 중 '멧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란 게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 프로토콜 이더넷을 개발한 밥 멧칼프가 1980년에 주장한 것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일명 '네트워크 법칙'으로도 불린다. 미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연결된 디바이스, 모빌리티가 많을수록 리스크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율주행차에 대한 공격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가령 GPS 정보를 해킹하면 주행 중 위치정보 인식시스템의 오류로 사고를 야기할 수 있고 자동차 카메라를 해킹하면 차선감지, 신호인식, 장애물 감지기능이 오작동하게 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통신망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다. 이 경우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의 도시교통망은 단번에 마비될 수 있다.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거나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경우에도 자율주행차는 심각한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서로 연결되는 건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방향이다. 첨단 스마트 도시에서는 상호의존성과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X이벤트'로 불리는 극단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이런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포함한 다양한 미래예측 시나리오와 대응플랜이 필요하다. 첨단 디지털기술은 극한의 편의성을 가져다주지만 극한의 보안리스크도 동반한다.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준비할 때 더 안전한 첨단기술을 얻을 수 있다. 편의성 이상으로 안전성이 담보돼야만 자율주행차는 비로소 미래 모빌리티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