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송무 변호사와 프로 테니스선수의 닮은 구석

[투데이 窓]송무 변호사와 프로 테니스선수의 닮은 구석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2022.10.18 02:03
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얼마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남자프로테니스(ATP) 대회를 관람했다. 이 대회는 1996년 KAL코리아오픈 이후 무려 2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ATP 경기였는데 원래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투어가 코로나로 취소돼 서울로 장소를 옮겨 치르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0위권 내외의 선수가 대거 참가해 테니스팬이라면 이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올림픽공원 센터코트에 간 날은 캐머런 노리(영국, 세계랭킹 8위) 캐스퍼 루드(노르웨이, 2위)와 함께 우리나라의 권순우 선수도 경기가 있어서 오후 내내 즐거운 관람을 하고 돌아왔다. 응원하던 권순우 선수가 미국 선수에게 아쉽게 패한 것은 안타까웠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그들의 육체는 인간의 것이 아닌 듯했다. 코트 베이스라인 끝에서 스트로크를 하다가도 상대방의 드롭샷에는 어느새 네트 앞까지 돌진해 있곤 했다. 몸을 활처럼 휘었다가 내리꽂는, 속도를 알 수 없는 서브와 자신이 원하는 코트 구석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설계된 정교한 스트로크는 이것이 우리 동호인들이 하는 같은 스포츠가 맞나, 라고 회개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신계의 것이었다.

정작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은 그들의 멋진 서브나 포핸드, 발리에서가 아니다. 코트 바로 앞에서 바라본 그들의 진짜 모습은 승리에 대한 순수한 욕망이었다. 포인트 사이에 넣는 기합이나 플레이가 뜻한 대로 되지 않을 때 자책하는 순간, 승리한 후 어린아이처럼 포효하며 기뻐하는 모습은 경기 직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장면들이었다.

이들 프로선수는 하나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모든 포인트에 최선을 다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각자의 루틴대로 게임을 풀어가는 디테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 역시 현장의 선물이었다. 주술에 걸린 것처럼 물병을 코트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코트 라인을 밟지 않는 라파엘 나달과 같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서브를 넣기 전에 공을 바닥에 몇 번 튀기거나 상의 어느 부분을 반드시 만진다든지, 볼보이들로부터 공을 받을 때 어떤 순서로 받기로 하는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는 장면을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그 작은 습관 모두는 그들의 승리를 위한 열망을 정확히 반영했다.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안락한 일상에 빠져 있는 우리를 잠시나마 반성하게 한다. 송무 변호사 역시 상대방을 두고 승패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 테니스선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소송에 돌입하면 중간에 화해나 조정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망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저 코트 위 선수들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소송에 임하는가. 쉽게 답하기 어렵다. 소송 의뢰인이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와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말하는 순간 많은 경우 변호사들은 법관의 위치에서 결론을 어느 정도 예견한다. 변호사로 일한 경험이 쌓여갈수록 이러한 '편견'이 더해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그 예견이 맞는 경우가 많지만 한편으론 잘못된 예측 때문에 소송의 결과가 바뀐 적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ATP대회의 결승전이 열린 10월2일 일본의 니시오카 요시히토(56위)가 캐나다의 데니스 샤포발로프(24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객관적인 실력에선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 니시오카가 세계랭킹 10위권까지 오른 샤포발로프를 꺾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니시오카는 키 170㎝ 정도의 단신에 강서브를 구사하지도 않았지만 절묘한 스트로크와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자기보다 강한 선수를 제압했다. 니시오카 선수의 ATP대회 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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