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식량위기의 상황을 맞이했다.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과 심각해진 기후위기는 치솟는 밥상물가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곳간을 걸어 잠그고 수출을 제한하는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기후위기와 공급망 불안으로 반복되는 식량위기의 간격은 더욱 짧아질 것이고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은 언제나 가난한 자에게 먼저 찾아가기 마련이기에 필자는 묻는다. 과연 대한민국은 또다시 다가올 식량의 가난에서 살아남을 준비가 되었는가.
과거 우리는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밥 한번 배불리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식량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그 열망은 국민에게 삶의 원동력이 돼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고,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려놨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역사의 매 순간 배고픔을 동력 삼아 성장해왔기에 '식량위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재처럼 느끼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식탁 위의 풍요는 식량안보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안보는 자주국방의 척도로 판단하듯, 식량안보는 곧 국가의 식량자급률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식량위기를 마주한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이 밥상물가에만 매몰된 사이 한국 농업은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았고, 농촌 홀대의 현실은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에서 2020년 45.8%로 내려갔다. 이마저도 우리 농업의 주된 생산물인 쌀 덕분인데,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10.2%에 불과해 사실상 우리 손으로 밥상 위에 올릴 수 있는 식량의 가짓수는 손에 꼽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230만 헥타르 규모에 달하던 농경지 면적 역시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어느덧 160만 헥타르밖에 남지 않았다.
홀대받는 농정의 현실은 국가 운영의 철학을 방증하는 예산의 규모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 총지출은 매년 증가함에도 2009년 5.9%에 달하던 농업 예산의 비중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작년에는 2.8%까지 내려앉았다. 그야말로 식량 코인에 투자할 시드머니조차 바닥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곡물 비축기지 구축, 농업직불금 등과 같은 근시안적인 대책 마련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의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수차례 농업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전국각지 농업 현장을 돌며 농촌 발전을 위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지만 갈 길은 더없이 멀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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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는 곧 식량주권 확보다. 식량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곡물 수출국과 다국적농기업의 결정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국민의 밥상은 우리 농민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