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중국이 쏘아 올린 작은 풍선

[MT시평]중국이 쏘아 올린 작은 풍선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3.02.23 02:05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극초음속 미사일, 정찰위성,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등과 같은 고고도 발사체와 위성 네트워크 시대에 중국이 쏘아올린 풍선 하나가 논란이다. 최고 시속 (고작) 100㎞로 미국 영공에 (잘못) 진입했다가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가 발사한 미사일과 함께 대서양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정찰풍선 얘기다. 중국 첩보전 실력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냉소도 있지만 그보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경계대상이 됐다. 남중국해-동중국해-서해-동해를 넘나드는 해상민병대가 대표적이다. 반관반민의 해상민병대는 평상시 어업에 종사하는 듯하지만 대개는 정찰활동을 수행하고 유사시 전투에도 동원되도록 중국 정부의 체계적 훈련을 받는다. 올봄 꽃게잡이 철에도 서해5도 앞바다에 어김없이 나타나 불법조업으로 기승을 부릴 중국 선박의 선원 중 일부는 순수한 어민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색깔은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팔색조의 매력도 있지만 풍선이든 어선이든 말 그대로 회색으로 변할 때면 상대국 입장에서 선명한 대응이 어렵다. 국가책임(state responsibility)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법을 요리조리 피해다닌다. 정찰풍선 사건 초기만 해도 중국 정부는 '기상관측용 민간풍선'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이를 격추한 미국을 비난했다. 풍선 개발업체와 중국 군의 연관이 드러나자 슬며시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를 제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겠다는 삼장법사의 길로 들어섰다. 자국 이익에 위협이 되거나 체면을 구겼다 싶으면 여지없이 거친 압박과 교묘한 윽박을 가한다. 우리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돌연 중단하고 한국발 항공기에 탑승한 외국인들에게만 흰색 비표를 착용하게 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을 위반한 행동은 결국 강경대응이 힘든 회색지대 전술로 우리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사드 사태 때도 그랬듯이 뻔히 보이는 이러한 속셈은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높이지만 맞대응 조처를 하기도 마땅치 않다.

화제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해봤다. (1)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국가간 공조강화 (2)분쟁지역 내 중국의 위협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력 현시 (3)평화적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규범 강화 (4)'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간 교역확대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감소 (5)중국의 회색지대 조치에 대한 첩보강화 (6)중국의 선전·선동과 영향력 확대에 대응한 고도의 정보전 수행 (7)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사이버안보능력 강화 (8)중국 내 인권보호와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 등으로 요약된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원론적 내용일 뿐 중국의 목에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모여 회색지대 대응전략을 함께 고민할 때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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