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9월25일 스웨덴, 작은 도시 '말뫼'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스웨덴이 자랑하는 '코쿰스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한국 현대중공업에 팔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조선소가 있던 말뫼의 쇠락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 도시를 떠났다. 재정 위기까지 몰린 말뫼시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해결책은 '인재 기반 성장'이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끌어들이려면 인재의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인 말뫼대학이다. 도심에 세운 말뫼대학은 수만 명 학생이 혁신적인 교육으로 첨단과학을 배우고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인재 플랫폼이 됐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자가 몰렸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오늘날 말뫼는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첨단 IT와 스타트업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청년이 넘치는 젊은 도시가 됐다. 지금도 사람들은 말뫼의 기적을 만든 동력을 기업이 원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낸 말뫼대학에서 찾는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사업'(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을 발표했다. 목표는 대학과 도시가 협력해서 동반성장하는 한국판 말뫼의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부처가 지원하는 대학 예산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혁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받은 지자체와 대학은 머리를 맞대고 대학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한 지역혁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3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는 규제와 감독 주체만 바뀔 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예산은 대학지원 수단이지만 때로는 대학을 통제하는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지자체장은 정책의 합리성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울 수 있다. 대학들은 모실 시어머니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광역지자체는 물론 지역 RISE센터, 기초지자체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를 포함하면 시어머니가 넷으로 늘어난다. 혁신은커녕 규제만 난무할 수 있다.
둘째는 지자체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업하는 경우다. 일부 지자체는 인력충원 없이 일거리만 늘어난다고 불평한다. 정책품질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 성균관대 인재포럼에 참여했던 나주시장은 성공요인으로 우수 인력 확충을 들었다. 대학을 이해하고 지역과 협력방안을 기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예산당국은 예산만 지원해서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RISE 예산이 대학과 도시가 손잡게 하는 마중물로 쓰이는 경우다. 대학은 지역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는 혁신 플랫폼이 되고 지역은 대학을 혁신 동반자로 여겨 지원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지역소멸과 지방대학 위기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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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도시의 동반성장 모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와 대학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강한 협력의지를 갖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책 취지를 이해하고 대학, 기업을 비롯한 지역공동체가 연대와 협력의 길로 나서게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 참여는 필수다. 기초지자체는 대학이 실제로 협력할 파트너일 뿐 아니라 혁신 성과가 발현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학과 도시는 공동운명체다. 지역문제를 멀리하는 대학에 미래는 없다. 지역에 대한 기여를 건학이념에 버금가는 비전으로 삼고 제2 창학을 한다는 마음으로 나설 때 대학이 살아난다. 그간 많은 정책이 있었다. RISE사업은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