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평범한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다. 자주 지나다니는 동네에 10여년 전부터 스시횟집(초밥) 식당이 있었다. 단골도 아니고 몇 년에 두어번 정도 식사한 정도여서 주인이나 주방장과도 제대로 인사를 못 나눴지만 눈길은 계속 가던 곳이었다.
사실 색다른 상호명 때문이었다. 그 식당이름은 죽도(竹島)였다. '흔치 않지만 뭔가 익숙한데..' 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방위백서나 교과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때나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때에 주로 언급되는 독도의 일본식 표기가 죽도(다케시마)다.
한일 갈등이 거세질 때 '죽도'라는 이름의 식당을 지나칠 때 '저곳 주인은 친일파냐'라고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농담반 진담반의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을지 모른다. '가끔씩 동네 그 식당에 나도 묻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식당을 찾던 손님들이 한번씩 건넸을 법한 질문이 지겨웠는지 식당 이름이 슬그머니 바뀌어진 걸 알게 된 것은 6 ~ 7년 전이었다. 이전 상호에 대한 애착인지, 단골 손님이 떨어져나갈까 겁먹었는지 이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자음 하나가 떨어져나간 '주도'가 주인장의 선택이었다. 스시보다는 참치회 식당이라는걸 강조하는 변화도 줬다. 일본이 무역보복을 가하면서 우리측이 맞대응하고 상대국 국민들의 입국때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충돌이 거세지던 때였다. '주도가 무슨 뜻인가요. 죽도 때문에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나요' 물으면서 밥 한번 먹어야지 생각했지만 방문은 차일피일 미뤘다. 코로나19 광풍도 껄끄러웠고 괜히 바쁘다는 핑계로.
지난달에 주도참치 근처를 지나갈 일이 생겼다. 참치집 간판은 사라지고 요새 경쟁이 그야말로 치열하다는 저가 '커피 전문점' 개점 공사가 한창이었다. 2022년 브랜드별로 1000 ~ 1500곳에 달하던 점포가 지난해에만 50%가까이 늘어났다는 바로 그 브랜드들 중 하나였다. 잘 하면 한해 1억 ~ 2억원 번다지만 2000~3000원 안팎 커피가격을 감안하면 하루에 수백잔을 팔아야 가능할 터다. 사장님 소리를 듣던 식당 주인과 흰 셰프모자를 쓴 주방장이 어디로 떠났는지, 새로 커피집 주인이 됐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이웃들 상황은 이런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딴 세상같은 이야기도 있다. 참치횟집이 망해나가고 상점들은 끊임없이 업종과 주인이 바뀔 때 그 지역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몸집을 불렸다. 첫 등장때는 '온몸 바치겠다'며 읍소를 거듭하던 신인 정치인은 선수를 거듭하면서 지역에서 보기 어려워져 스텔스(레이더에서도 포착되지 않는) 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물론 그는 당내에서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실세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구 회복을 노리는 다른당 후보는 젊음과 청렴함을 내세우더니 출마할때마다 재산이 불어난다. 지역내 재건축.재개발 지구의 주택을 사들이고 수도권 노른자위 땅을 대출을 받아 구매해놓고 개발정보와는 무관했다고 강변한다.
물론 정치인들이 지역사정을 잘 안다고 반드시 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일본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때는 친일, 반일 시비로 횟집 주인들의 눈물을 쏟게 했다. 코로나19로 서민들 삶이 피폐해졌을 때는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여부로, 방역강화에 따른 손실보상과 지원금 지급여부 등으로 정쟁하며 어깨를 짓눌렀다.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에 대한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종료되어 자영업자들의 빚이 세배 가까이 늘었다는데도 입법이나 구제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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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스시, 참치회 식당 사장님과 종업원들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선물받았을지, 커피전문점 알바생들은 몇잔의 커피를 뽑아냈을지 궁금해진다. 수개월째 공포스런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푸드플레이션 등등이 언급되는 요즘 옛 죽도횟집 근처 상당수 점포는 또 비워지고 간판이 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