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국병(病), 교육 그리고 국운(國運)

[투데이 窓]한국병(病), 교육 그리고 국운(國運)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2024.12.17 04:00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주변에 나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국운이 다한 게 아니냐는 섬뜩한 말도 들린다. 경제 위기, 정치 갈등, 특히 미래 한국을 전망할 때 징조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우선 경제가 힘들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1년 7.3%였다가 계속 낮아져 이젠 1%대까지 내려왔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져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될 수 있다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이 중국, 대만 같은 경쟁국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미국 시장 진출도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감소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다시 발목을 잡을 것이다. 10년 후면 초등학교 입학생이 절반으로 줄고, 20년 후면 일할 수 있는 사람 천만 명이 사라진다. 뉴욕타임스에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까지 실렸다. 경제 생산은 노동력, 자본 그리고 혁신에 달려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를 버티는 기둥 하나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지방이다. 수도권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밀해지는데 지방은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 모든 면에서 쇠락하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수도권, 지방 모두에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물질세계' 문제는 정책을 잘 설계해서 집행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정신세계'에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편견과 독단, 집단 간 갈등과 분열이 그것이다. 혹자는 '심리적 내전(內戰)' 상태라고 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선악관(善惡觀)이 이런 '한국병'을 더 깊게 만든다. 선과 악의 판별 기준도 사회의 도덕규범이나 합리적 상식보다 나와 내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느냐가 되어가고 있다. 뉴스를 틀면, 상대를 존중하고 타협을 통해 균형을 찾는 미덕은 사라지고 상대를 혐오하고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이기적 유전자가 더 퍼지면, 대한민국의 성공 역사를 만들어 온 협동과 화합의 에너지 대신 불신과 각자도생의 정글만 남을 것이다. 어쩌면 미래 가치를 따지는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기는 이유는 기업의 낮은 경쟁력보다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는 한국병이 아닌가 싶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경제와 민주주의는 신뢰와 공존이라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토대에서 발전한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을 결합하고(bonding), 연결하는(bridging) 문화와 정치 체제가 공동체 발전과 번영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는 민생 문제다. 이는 산업구조 개편, 과학 기술 투자,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도 머리를 맞대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심성과 행동을 바꾸고 이를 사회의 문화로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의 소양, 규칙과 질서를 존중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시민성,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공동체성은 어려서부터 잘 설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삶의 과정에서 배우고 익혀야 몸에 밴다.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경제를 살리는 단기 처방과 함께 한국 사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체질 전환을 시작할 때다. 우리는 교육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궜다. 미래 세대에 번영과 풍요를 물려주는 것은 기성세대 책무이고, 이는 정신세계를 다루는 교육 체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는지에 달렸다.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 중산층, 타인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민주시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 오직 공익(公益)에 헌신하는 정치 지도자 양성에 나라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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