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사는 반복된다" 또 야만의 시대

[광화문]"역사는 반복된다" 또 야만의 시대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2025.04.16 05:45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의 시계를 100년 전으로 되돌렸다.

1920년대 유례 없는 경기 호황을 누리던 미국은 돌연 1929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상정했다. 스무트·홀리법은 2만1000여개의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으로 1930년부터 시행돼 미국의 평균 관세율을 13%에서 59%로 급작스럽게 끌어올렸다. 최고 세율은 400%에 달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도 20~40%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매겼고, 미국 상품을 보이콧 하면서 관세 전쟁이 발발했다.

관세 인상은 세계 교역량을 감소시키고 생산활동을 위축시킨다. 미국의 관세부가로 인해 가파른 보호무역 장벽이 세워지자 세계 무역은 관세 부과 전인 1929년 90억 달러에서 1933년 3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며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역시 15% 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상 관세 전쟁이 세계 대공황을 촉발한 것이다. 특히 관세 전쟁으로 유발된 불황으로 경제적 파탄에 빠진 독일은 내부적으로 나치라는 전체주의를 키워냈고 이는 전세계를 2차 세계대전으로 몰고 가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모두가 자유무역흐름이 깨진 비참한 결과였던 셈이다. 관세 전쟁으로 촉발돼 10년간 이어진 대공황은 결국 비참한 전쟁이 발발하고 유럽이 폐허가 되고 나서야 종식됐다.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교훈을 얻은 세계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는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이후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등으로 이어지며 전세계 주요국들은 자유무역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6.25 전쟁으로 폐허 속에서 일어난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수출을 통해 경제를 일으킨 대한민국은 결국 2020년대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일군 공업 국가와 수출 국가 면모를 갖춘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이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며 찬란한 미래가 기다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00년이란 긴 세월은 고통스런 기억을 무디게 만들었다.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는 말은 진리인듯 하다. 관세를 선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한 것.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는 1929년 스무트·홀리법을 연상시키면서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끝까지 저항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다. 중국은 스마트폰,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보복조치를 검토하는 등 전세계는 다시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태세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로 톡톡한 이익을 올리던 한국으로선 큰 악재가 도래했다.

트럼프의 약달러 선호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 약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약달러는 자산의 드라마틱한 재배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일각에선 올해 한국 경제의 0%대 성장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부의 제대로 된 대처가 없다면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기에 대선이다. 지금 직면한 위기는 어쩌면 1998년 IMF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글로벌 경제의 변화하는 역학관계를 잘 들여다보는 한편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다시 기초부터 설계해 잠재력을 끌어내야만 한다. 혁신 만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

밥줄인 부동산 얘기도 한줄 붙이겠다.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리는 경제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변화시킬 수 없다. 오히려 몰락만 앞당길 뿐이다. 돈을 부동산이 아닌 혁신을 창출하는 분야로 이동시키도록 모든 경제 체질을 바꾸고 정책적 노력을 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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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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