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대가 만든 산업, CDMO

[기고] 시대가 만든 산업, CDMO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2025.04.29 08:30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과 대유행이라는 보건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단기간에 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주요 제약사들은 새로운 리보핵산(RNA) 백신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획기적으로 백신 공급을 약 1년의 기간으로 단축해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다. 위탁개발생산(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줄여서 CDMO라 불리는 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산업 전면에 약진한 사례로 기억된다.

CDMO는 세계적으로 제약 산업의 분업화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에서 태어난 산업이다. 1980~90년대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기 시작했다. 고정비를 줄이고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0년대 이후에는 고난도의 제조 공정과 복잡한 규제 요건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CDMO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CDMO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섰으며, 이제는 미래를 여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백신뿐 아니라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개발과 생산을 둘러싸고 기술과 인프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글로벌 CDMO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은 앞다퉈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합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1,606,000원 ▲21,000 +1.32%), 셀트리온(206,000원 ▲3,000 +1.48%)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 CDM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CDMO 분야에서는 미국·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CDMO 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제도적 공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CDMO를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지원하기 위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에서 발의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CDMO의 법적 정의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허가 체계를 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는 한편,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규제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CDMO 산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 할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배가 나아가듯, 산업이 기회를 맞이했을 때 과감한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한국의 CDMO 산업은 지금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 다가서 있다. 정부와 국회를 포함한 각계각층에서 CDMO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법과 제도를 신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에서 핵심 생산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 CDMO 산업이 맞춤형 규제지원의 토양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미래를 선점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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