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7g의 마라톤화와 기술패권 레이스

[기고]97g의 마라톤화와 기술패권 레이스

김용선 지식재산처 처장
2026.06.2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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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지식재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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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한계란 없다." 마라톤의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의 말이다. 이 한 마디는 최근 런던 마라톤에서 기록으로 실현됐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 선수가 1시간59분30초를 기록하며 공식 대회 최초로 '서브 2'(2시간 이내 완주)의 벽을 허물었다.

종전 기록을 1분 이상 앞당긴 놀라운 질주 뒤에는 선수의 투혼과 함께 '97g의 특허혁신'이라 불리는 초경량 마라톤화가 있었다. 개방형 탄소프레임과 최첨단 신소재 폼을 적용한 이 신발은 발을 디딜 때 스프링처럼 강한 지면 반발력을 제공해 달리기 효율을 극대화했다.

기술적 도약은 특정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존 던롭이 발명한 공기타이어는 기존의 쇠 바퀴를 대체해 자전거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로 바꿔 놓았다. 오늘날 초경량 탄소섬유 프레임은 기존의 강철 프레임을 대체해 경주용 자동차의 가속 성능과 곡선 주행 속도를 끌어올리며 기록경쟁의 지평을 열고 있다.

기술혁신은 정체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시장 경쟁력으로 안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개발된 기술을 '특허'라는 권리로 견고하게 보호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의 근간에는 지식재산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126번의 실패 끝에 개발한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기술을 특허로 보호받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제임스 다이슨의 말은 지식재산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변환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지식재산 경쟁은 개별 기업의 성패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누가 먼저 신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신기술 개발과 특허 확보 속도는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한 마디로 기술패권 시대의 전략적 자산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특허심사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기업이 강한 특허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권리 확보가 늦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심사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기업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 강한 특허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속도'라는 추진력과 '품질'이라는 견고함이 조화를 이룬 신속 정확한 특허심사는 우리 기업이 기술패권경쟁이라는 마라톤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마라톤화'다.

지식재산처는 우리 기업들이 이 험난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도록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 심사의 신속성으로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심사의 정확성으로 권리의 안정성을 강화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강한 특허로 보호되고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결실을 맺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언젠가는 인류가 '서브 1'의 한계를 허물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스포츠 과학기술이 빚어낸 마라톤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지식재산이라는 날개를 달고 혁신성장의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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