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든 건 '숲'으로부터 온다

[기고]모든 건 '숲'으로부터 온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2025.07.10 05:20
오승록 노원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전국 199개 시설에서 연간 1998만 명이 즐긴 콘텐츠가 있다. 산림청의 지난해 자연휴양림 이용자 통계다. 놀라운 것은 199곳 중 서울은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소멸과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인데 '서울에만 없는 것'이 바로 자연휴양림이었다.

서울 사람들이 숲과 자연을 싫어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주말마다 등산객이 붐비고 캠핑장 예약을 못해 애태우는 주민들이 허다하다. 서울 구청장들도 각 자치구만의 정원도시를 만들려고 분주하다. 정원도시는 특히 노원구민이 자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다. 일찌감치 4개의 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힐링타운과 동네 곳곳에 노후한 공원, 훼손된 산림을 복원해 정원을 만들었다. 일상이 마비된 코로나19 시기 구민들의 안락한 여가와 건강을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다.

먼 옛날 귀족들의 저택에 조성된 거대한 정원은 이제 시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공공정원으로 바뀌었다. 공공정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숲이다. 숲이 도시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는 접점이 바로 자연휴양림이다. 플라톤식으로 말하자면 정원은 숲의 모방이고, 정원의 이데아는 숲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 서울에 처음으로 조성된 자연휴양림 '수락 휴(休)' 곳곳에 적혀져 있는 말이다. 휴양림 조성을 추진하면서 계속 마음속에 되뇌던 말이기도 하다. 수락산 계곡 중 수려한 경관과 접근성에도 활용도가 떨어지던 동막골 기슭에서 좋은 위치를 찾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회색 빌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숲과 지하철역의 거리가 2㎞에 불과해 오가기도 쉽다.

'수락 휴'는 산림 복지의 관점과 서울 최초라는 상징성도 의미가 크지만 시민들이 최상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혹여 휴식을 방해할 수 있는 시끌벅적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파티가 없는 대신 감성적인 불멍과 레스토랑이 있다. 호텔급 객실에 누운 채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각도에 천창을 냈고, TV는 대신 감성적인 엘피(LP) 턴테이블을 비치했다.

7월 정식 개장을 앞둔 수락 휴는 사실 민선 7기 초반부터 구상하던 일이다. 민선 8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완성됐음에도 그간의 고민과 노력의 결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숙박이 가능한 복층 구조의 트리하우스로 구현됐다. 최고 지상 14m 높이의 트리하우스 3개 동은 어린 시절 한번쯤은 꿈꿔봤을 나무 꼭대기 오두막집의 로망을 자극한다. 트리하우스를 비롯한 18개 동 25개 객실을 둘러싼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루는 노원이 그간 일궈온 힐링과 문화 역량의 총화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아무리 들어봐야 한 번 실제로 보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숲에서는 한 번 보는 것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백견불여일'휴'(百見不如一休)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숲에 몸을 맡기는 휴식을 통해 차오르는 기운은 그 어떤 진귀한 보약과도 비교할 수 없다. 수락산 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서울시민들에게 여가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