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인 폭염이 시작된 6월부터 우리는 유사한 아픔을 잇달아 접했다. 지난달 24일 부산의 한 아파트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지역에서 부모가 일터로 나가 집을 비운 사이 8살, 6살의 어린 자매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위 사례 모두 거실 콘센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선풍기와 같은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전력 수요도 크게 높아졌다. 문제는 이로 인한 전기적 요인의 화재위험이 겨울뿐 아니라 여름철에도 지속됐다는 점이다.
전기제품의 과도한 사용과 소홀하게 여긴 안전 수칙을 사소한 부주의로 여기기에는 피해가 너무 막대하다. 최근 3년간(2022~지난해)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1만4429건에 달한다. 이중 전기적 요인이 4457건으로 전체 화재에서 30.9%를 차지한다. 부주의(4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름철로 기간을 한정해 살펴보면 전기화재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7, 8월의 화재 발생 비율은 전체의 31.4%를 차지하고 전기 콘센트 화재는 1434건에 이르며 역시 7, 8월에 상당한 비중으로 발생했다.
'설마 우리 집은 아니겠지',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잖아' 모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자 경계해야 할 착각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화재 예방이나 행동 요령 등이 온라인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소방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에도 관련 콘텐츠들이 상당수 게시돼 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 흔한 댓글이나 공유 횟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안일함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피하고, 에어컨은 규격에 맞는 전용 콘센트를 사용해야 하며, 전기기기 사용 후에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 주변은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자주 청소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라고 가볍게 새기기에는 매우 중요한 안전 수칙이다.
국민 모두의 실천 및 안전 인식과 더불어 대국민 정책과 제도의 추진도 중요하다. 소방청은 이번 폭염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전국에 '화재위험경보' 발령과 동시에 전국 노후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후 아파트 단지에 대한 면밀한 화재 안전 컨설팅은 물론 '아파트아이'앱을 활용한 대피계획 세우기, 피난시설 점검·사용법 안내 등 실질적 예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촘촘한 예방 활동에 전념할 방침이다.
화재는 '설마'라는 방심 속에서 찾아오고, 대비는 '혹시'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두 차례의 비극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다.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작은 경각심을 생활 속 실천으로 바꾸는 순간, 또 다른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내가 먼저 실천하겠다'는 마음으로 전기화재 예방 수칙을 일상 속에서 실천해 주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