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들이 발표되었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되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려 자본시장도 육성하고 국민들도 부자가 되자는 것이다.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등 첨단기술에 투자를 확대하고 신성장동력도 발굴하여 0%대로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있다. 결국 국민소득과 자산을 늘려 잘살아보자는 것이다. 달성되면 우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기본적인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지고 재산이 늘어나도 기본 생활비가 천정부지로 비싸지면 잘살기 힘들다. 특히 상위계층보다 중하위계층이 더 그렇다.
우리나라의 기본 생활비 상황은 어떤가? 작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물가수준은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주요국 평균 정도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관련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매우 높다고 한다. 당시 이 보고서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수긍가는 점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주거비가 비싼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굳이 통계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집값 폭등'은 시기를 막론하고 언론의 단골 메뉴다. 이렇게 높은 집값은 세계 최하위인 우리나라 출산율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식료품과 의류 가격은 OECD 평균 대비 크게 높다고 한다. 자식 사랑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사교육비는 또 어떤가? 애들 교육 다 시키고 주택담보대출 갚고 나면 인생이 끝난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온다. 소득이 늘어나고 주가가 올라도 우리가 잘살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고비용 사회에 살고 있다.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소득과 자산은 상위계층 위주로 늘어난다. 그런데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비용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니 이게 비싸면 국민들, 특히 중하위계층이 잘 살기 어렵다.
집값은 어느 정부나 잡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국민들이 정말 잘살게 되려면 집값부터 안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료품이나 의복 등의 가격이 비싼 이유로는 낮은 생산성과 개방도,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생산성을 올리고 개방도를 확대하면 누군가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낙오하게 된다. 유통구조 개선은 기존에 이를 장악하고 있던 세력들의 손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피해 보는 집단이 생기고 이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의 의식주 비용을 떨어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득과 자산을 늘리는 정책은 대부분 환영하지만, 비용을 낮추려는 정책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국민들을 잘살게 하려면 어렵더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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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자산이 늘어나도 경제 전반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하위계층은 크게 혜택을 보기 어려울 수 있는데, 기본 생활비가 비싸지면 이들은 결국 잘살기 어려워진다. 소득과 자산의 증가도 중요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생활비용의 절감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