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오랫동안 '유통 공룡'으로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정작 그 공간에서 일하는 수만 명 노동자의 목소리는 정책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고용과 지역경제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다. 청년층의 첫 직장, 여성과 중장년층의 재취업 기회, 노년층의 생활형 근무까지 아우르는 지역사회의 '고용 안전망'이다. 매장 안에는 판매직뿐 아니라 물류와 청소, 시설 관리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고, 한 점포가 운영되는 동안 수백 명의 고용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대한 일률적 규제는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의무휴업 등으로 매출이 줄면 고용 불안이 커지고, 협력 업체와 입점 상인도 타격을 입는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실증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연구가 반복되어 왔다. 결국 '규제의 비용'은 대기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지역사회가 떠안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와 심야 영업 제한 규제는 대형마트의 독점을 막고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역설적으로 대형마트만 역차별받고, 온라인 유통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가 오프라인 마트를 고사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회생을 추진 중인 홈플러스도 회생을 위해 점포 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영업시간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현실은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변화 없는 규제가 불균형을 낳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유통과 해외 직구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유통 업계에선 유독 대형마트만 불합리한 규제로 역차별받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정책 효과는 크지 않고, 건전한 고용 구조와 세원이 줄어드는 '이중 손실'만 발생한다. 수만 명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오프라인 유통은 부담만 지고 이익은 내지 못하는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유지냐 완화냐'의 낡은 이분법이 아니다. 대형마트를 고용과 지역경제의 토대로 인식하고, 노동 친화적 시각에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영업시간 제한 등 형식적 규제에 얽매이기보단 △지역 상생 기금 △협력사 고용 지원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교육 프로그램 등 실질적 대안이 요구된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단순히 '판매 인력'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순환을 지탱하고, 소비자 생활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주체들이다. 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규제는 단순한 산업 규제가 아니라 삶의 현장을 흔드는 사회적 결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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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추상적인 '대기업 대 골목상권'의 구도가 아니라, 실제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생존을 지키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변화 없는 규제에 머무르는 순간, 가장 큰 피해자는 자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대형마트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터전'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