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선 신도시 개발보다 정비사업이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여러 정부에서 신도시 개발을 더 선호했던 이유는 정비사업보다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 정비사업들은 제안부터 입주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조합 방식에 있다.
1983년 합동 재개발 도입으로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된 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인 조합원들이 모여 시행자가 된다. 수용 방식은 기존 토지 소유자나 주민들이 보상비만 받고 떠나야 하지만 조합은 토지 소유자가 직접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빠른 주택공급과 도시화를 가능하게 한 공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조합 방식은 조합원들의 수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합원들은 더 크게, 더 높이 지어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 지자체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필요한 기반시설 등의 기부채납도 요구하게 된다. 조합의 사업성과 지자체의 공공성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충돌하는 데다 조합원들간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아 사업 지연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주민제안 초기부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정비계획을 만들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총괄계획가(MP), 총괄건축가(MA), 자문단 등의 형태로 참여하는 전문가들 중 일부가 통합 심의에 직접 참여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소극적이었던 관련 부서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34년간 고도지구 높이 규제로 개발이 어려웠던 미아동 일대를 선제적인 규제 완화로 해결하고 사업성이 낮아 추진이 어려웠던 상계동 일대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을 낮추는 등 사업성을 개선했다. 신속통합기획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조합과 지자체,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정비계획을 만들면서 쟁점 사항들을 조정하다 보니 사업성과 공공성의 두 가지 목표에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당연히 줄어든다. 5년이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은 신속통합기획으로 평균 2년 7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목동 6단지 1년 9개월, 여의도 대교아파트 11개월 등 더 빠르게 진행된 사례도 있다.
지속적인 주택공급은 공공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간 영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다만 예전처럼 공공의 지원 없이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변화했다. 신속통합기획과 같은 정비계획 수립 과정의 공공지원뿐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적극적인 공공의 지원과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재정 지원 강화, 조합 이외 시행자 및 시행방식 도입, 금융기법의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 주택 정비사업의 개선을 위해 시급한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