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손익계산서[기고]

주가조작 손익계산서[기고]

이승범 코스콤 전무
2025.09.30 04:50

지난 10년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345%, S&P500지수는 223% 상승했다. 일본의 니케이225와 대만의 가권지수도 각각 177%와 136% 올랐다. 그런데 코스피지수는 고작 63%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것도 금년 5월 이후 대폭 오른 결과이고, 2024년말 기준 상승률은 22%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혁신기업 미등장, 글로벌 경쟁력 수준의 신기술 창출 부재, 전통적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의 한계 봉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우리 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부족도 큰 몫을 한다고 본다. 유독 우리 시장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글로벌 프리미엄시장으로의 발돋움에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등 불공정거래(이하 "주가조작")로 의심되는 사건이 연간 수십건에서 1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기소되는 사건은 10% 안팎이고, 징역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20%에 그치며, 형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아서 재범률이 29%에 이른다. 즉, 10명중 3명은 또 다시 증권범죄로 적발되고 있다. 왜 주가조작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그건 바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왜 남는 장사인가? 불법행위에 비해 처벌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소위 이익형량을 해보면 주가조작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하여 그간 수많은 제도개선과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증권범죄가 반복되는 원인과 이를 근절하는 방법으로서, 평생을 증권시장 감시를 업으로 해온 필자의 관심은 조금 다른 데 있다. 전문세력이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얻는 과정에서 뒤늦게 고점에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가해자는 있는데 피해자는 불분명하다. 피해자가 너무 많아서다.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수익 대비 그 종목의 투자자들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보는지, 소위 주가조작의 부(負)의 레버리지를 산정해 보면 최소 3배에서 5배 이상 크다. 특히,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공모하여 주가조작을 하고 횡령 등으로 결국 상장폐지된 기업의 투자자 피해규모는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른바 심각한 손익비대칭 현상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로, 혐의자의 부당이득금액을 넘어 피해자들의 손실금액에 상응한 규모의 징벌적 환수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당이득규모를 산정할 때 불법행위자가 획득한 이익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을 총합하여 이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조작을 하다 적발되면 손익계산서상 적자를 보게 해야 불법행위를 단념케 할 수 있고, 국가가 환수하여 피해자 구제나 금융교육의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이득환수제도(Disgorgement)와 같은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주가조작 입증책임 완화에 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주가조작 사건을 일반 형사사법의 법리와 동일한 잣대로 보면 행위자의 매매주문 한건 한건의 시세조종과의 인관관계를 입증해야 위법성이 인정된다. 더욱이 현행법은 주가조작사건을 목적범으로 규정해 그 고의성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가는 특정주문 만으로 형성되지 않고, 동시에 많은 투자자들의 참여, 공시나 뉴스와 같은 비정형데이터가 결합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시세조종의 구성요건을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 오인케 하는 유인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주가조작의 단초를 제공·유인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합세하여 시세를 상승시키면 그 원인제공 행위에 전체 시세조종의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이렇듯 포괄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행위에 비하여 인정되는 불법성의 범위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작전세력에겐 남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는 주식시장에서 영구퇴출 해야 한다. 최근 불공정거래자 금융투자제한 제도와 상장법인 임원선임 금지 제도가 도입되었다. 강력하게 시행돼야 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여 거래하는지 그들의 금융거래 내역은 상시모니터링돼야 한다.

사후적발 및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전예방과 주가조작 초기대응이다. 징후 발생 초기에 신속한 조치를 취하여 불법행위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SNS 등 디지털수단을 활용하여 공모하는 사례가 빈번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이에 대한 증거확보 활동과 같은 사이버감시 역량을 제고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SNS의 데이터 휘발성 때문에 공모정황이 짧은 시간에 삭제되므로 증거인멸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 초기에 이상거래 징후가 발견되면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행위 의심거래에 관여한 계좌에 대하여 즉각적인 동결조치를 통한 입·출금 금지조치나, 거래중지 등의 선조치를 하여 불공정거래의 확장을 억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속한 적발과 처벌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다. 최첨단 시스템으로 적발을 해도 최종적으로 처벌까지의 기간이 2~3년, 최장4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니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처리기간이 길어지면 핸드폰 폐기 등 증거인멸이 용이하고, 관계자의 해외도주 등으로 신속·정확한 혐의규명이 어려워진다. 기준을 설정하여 중요사건은 원스텝(감시·조사·수사)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해볼 필요도 있겠다.

주가조작을 하면 손익계산서에 회복 불가능한 적자를 보게 할 정도의 제도적·실무적 대개혁이 이루어져야 주가조작을 단념케 하고, 불법행위로부터 선량한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으며, 우리 시장이 만년 저평가된(Korea-Discount) 시장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상승하여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고 1만 이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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