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피도 눈물도 없는 야생, 생존하려면

[광화문]피도 눈물도 없는 야생, 생존하려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2025.10.02 05:40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항이다. 대한민국의 와환보유액 4162억 달러의 84.1%에 해당하는 3500억달러를 투자해야만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다.

3500억달러에 대한 투자 시기와 용도 모두 미국이 결정한다. 그리고 투자금 원금이 회수될때까지 이익은 반반 나누고, 그리고 회수된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불평등한 최악의 투자 협정이다.

무역은 본디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쉽게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우리가 만들어 수출한다. 그 댓가로 미국인들은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며 우리는 물량 판매로 이득을 취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이후 국제무역의 법칙은 완전히 깨졌다. 한국의 수출을 불로소득 취급하며 지금까지 이득 본 것을 모두 돌려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다.

앞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결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미국과 합의해 1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의 엔화는 전세계적인 기축통화 중 하나다. 더욱이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000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안정화 수단도 갖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스위스 등도 미국와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어 미국의 압박에도 부담이 덜하다.

한국도 3500억원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하고 있다. 3500억달러를 가져갈 경우 600억달러 밖에 남지 않아 외환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이 2000원대로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 마저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통화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한국의 요청을 완강히 거부한다.

우리가 요구받은 투자액은 불공평하다. 일본의 대미투자 규모 5500억달러는 일본 경상수지의 2.8배, 순대외금융자산의 15.7%, 외환보유액의 41.5%,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3.7% 수준이다. 반면 한국이 요구받은 3500억달러는 경상수지의 3.5배, 순대외금융자산의 34%, 외환보유액의 84.1%, 명목 GDP의 18.7%에 달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발언하며 압박을 이어간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줄이지 않고 조달 가능한 최대 대미 직접투자 금액이 연간 최대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이라고 추산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투자액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온다.

경제 규모를 따져볼때 처음부터 3500억달러 약속을 한 것 자체가 무리다. 직접 투자가 아닌 대부분 보증으로 생각하고 덜컥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미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의 관세율 차이로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본이 15%의 관세를 적용받는 동안 한국은 25%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러한 기간이 길어질 경우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처음 약속대로 3500억달러 대미 직접투자가 가능하려면 통화스와프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안전판을 미리 확보해야지만 외환위기 등 불안을 잠재울수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가 일시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다.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미국에 알리면서 설득해야 한다. 결국 3500억달러 전부를 투자를 하더라도 통화스와프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투자 약속을 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조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협상팀의 실력이 곧 드러나는 순간이다. 트럼프라는 특이점을 만나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섰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순항할 수있을 지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