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딜레마를 푸는 호혜적 협력

[MT시평]딜레마를 푸는 호혜적 협력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2025.10.13 02:05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다윈의 '진화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적자생존'이다. 모든 생명체는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데 이 중 가장 강한 존재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 이 이론에 따르면 남을 위한 이타주의와 희생심을 가진 생명체는 진화가 힘든 것으로 해석된다. 남을 위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희생하는 개체는 그 유전자를 후세에게 전하지 못하기에 이타주의는 논리적으로 진화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자연계에는 피를 나눈 혈족이 아님에도 이기심 대신 다른 생명체와 협력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꿀벌과 같은 사회적 생물이 보이는 자기희생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도 전우를 위해 폭탄 위로 자신의 몸을 던지는 의로운 군인들까지. 이러한 순수 이타주의를 '호혜주의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제공하면 상대방도 비슷한 방식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 개념이다.

이런 '호혜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도 진화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다. 그는 컴퓨터 토너먼트를 이용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협력창발 메커니즘을 입증한 논문을 1981년 '사이언스'에 발표했고 1984년 대중저서 '협력의 진화'를 발간해 진화생물학·사회학·정치학자들의 필독서가 됐다.

이때 흔히 드는 사례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주지하듯 이 딜레마 게임에서는 상대가 협력하든 배신하든 나는 배신하는 게 이득이라는 논리적 결론이 도출된다. 이에 따라 둘 다 배신을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협력했을 때보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 상황'에 이른다. 이런 결론에도 불구하고 자연계와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신뢰와 협동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들의 관계가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라는 데 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게 될 경우 가장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액설로드 교수는 게임이론 전문가들이 제시한 14개 프로그램 간에 토너먼트를 열었고 그 게임에서 '배신'이 아니라 '협력'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 최종적인 윈윈전략으로 나타났다.

팃포탯은 첫째 먼저 상대에게 호의(협력)를 보이고, 둘째 절대 먼저 배반하지 않으며, 셋째 상대의 배반은 즉각적인 배반으로, 상대의 협력은 상호협력으로 대응하며, 넷째 상대의 배반은 한 차례 응징한 후 용서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오랜 기간 거래할 상대라면 팃포탯 전략을 쓰는 것이 가장 이득인 셈이다.

온 세상이 도널드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한 치 앞 예측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상호호혜적 정책들이 논의되고 합의돼야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상황에 이를 텐데 아쉽기만 할 따름이다. 사랑과 나눔이 충만한 한가위를 보내며 40년 전 발표된 '협력의 진화의 핵심을 되새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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