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스테이블코인 급등락의 본질

[MT시평]스테이블코인 급등락의 본질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2025.10.30 02:05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최근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특정 스테이블코인이 순식간에 3~5배 치솟는 비정상적인 가격급등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구조적 결함, 나아가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다르다.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에선 1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스테이블코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 특유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거래소의 수급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은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 기반의 발행구조를 통해 가치를 유지하지만 가격안정성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충분한 유동성과 거래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가격이 1달러를 벗어나면 매수-매도세가 유입돼 균형을 맞추지만 국내 거래소는 급격한 수요변화에 대응할 유동성이 부족해 가격급등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거래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조성자'(Market Maker)와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의 부재다. 해외 주요 거래소에선 전문 시장조성자가 상시적으로 호가를 제시하며 가격을 안정시키지만 국내엔 이 역할을 수행할 주체가 없다. 이는 '시장조성'과 '시세조종'의 경계가 불명확한 규제환경 탓이다. 자본시장과 달리 디지털자산 시장에선 두 개념이 모호하게 뒤섞여 있어 잠재적 시장조성자들이 규제리스크를 우려해 참여를 꺼리는 구조다.

이로 인해 시장에 가격안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수요-공급의 불균형시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 여기에 기관의 참여부족, 거래소 중심의 제한된 유통구조, 장외시장 미성숙까지 겹치며 시장의 깊이가 얕아진 것도 문제다. 얕은 시장은 평소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특정 이벤트나 급격한 수요증가시 작은 충격에도 가격왜곡이 크게 나타난다. 이번 급등 역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의 결함이나 거래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이 성숙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를 보여준다. 앞으로 제도보완을 통해 시장조성과 시세조종을 명확히 구분하고 일정요건을 갖춘 전문 시장조성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동성 공급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관의 자금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커스터디(수탁) 브로커리지(중개) 등 장외시장 인프라를 확충해 시장구조를 다층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질 때 비로소 스테이블코인의 핵심가치인 가격안정성이 구현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우리 시장이 아직 성숙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경고며 다가올 디지털금융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다. 결국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국내 산업구조'다. 이제는 규제와 시장의 틀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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