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인머스켓만큼 단기간에 시장의 정점에 도달했다가 바닥까지 떨어진 과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높은 당도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큰 포도알을 가진 샤인머스켓은 2021년 도매시장 가격이 ㎏당 1만7000원을 넘어섰고 수출품목 중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가격이 7000원 수준까지 폭락해 싸구려 과일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이제는 샤인머스켓이 길거리 과일트럭에서도 팔리는데 농산물 유통업계에선 고급 백화점에서만 판매하던 과일이 과일트럭에 모습을 보이면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고 본다.
사실 샤인머스켓의 추락은 수년 전부터 경고된 일이다. 초기 선도농가가 긴 세월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하고 한정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해 큰 소득을 얻자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어 우리나라 전체 포도농가의 절반가량이 샤인머스켓을 생산했다. 그 결과 샤인머스켓의 시장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일부 농가는 솎아내기 등의 품질관리도 하지 않고 완전히 익지도 않은 포도를 시장에 쏟아내 가격하락을 가속화했다.
최근 포도 선도농가들은 로얄바인이라는 새로운 고급 품종을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과거 샤인머스켓의 루틴과 같은데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클럽재배'라는 방식인데 일본에서 들여온 로얄바인 품종을 국내 농가 중 일부만 재배하도록 관리해 우리나라 포도 생산량의 0.5%만 유지하게 해서 상위 2%의 소비자만 공략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로얄바인 품종을 국내로 들여온 육종농가는 우리나라 포도농가 중 1000곳만 선정해 클럽회원 농가로 만든 다음 포도재배부터 유통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량 고급화 전략이 농산물 마케팅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일반 공산품 시장에서는 명품 등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농산물 시장에서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하나가 잘되면 우르르 몰려가는 방식은 이제 같이 망하는 길임을 샤인머스켓 사례를 통해 농가들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산물의 공급량 관리는 사실 소비자에게는 좋은 농산물을 헐값에 구매하는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유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략이다. 길게 봤을 때 농산물의 공급과잉으로 농가가 적절한 소득을 계속 얻지 못하면 농사를 포기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농산물 생산 자체가 줄어들어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뭐든 적당한 것이 좋은 법이다.
농산물의 적정한 공급량 유지는 비단 포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산물 전품목에 해당하는 과제다. 특히 기상재해 이슈만 없으면 다수의 농산물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주요 농산물의 적정 재배면적 관리 등을 통한 농산물 수급 안정화에 농가조직과 농가의 역할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한다. 샤인머스켓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농가의 자체적인 공급관리는 농가 스스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한 농가의 인식전환 및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