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올 들어서만 두 번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내놓았다. 계약 상대방은 콧대가 높은 일라이릴리, GSK로 최상위권의 글로벌 회사들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올들어 이뤄낸 두건의 기술수출 계약의 최대 계약규모는 8조원에 육박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번에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1위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로부터 22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유치를 넘어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기술에 대한 일라이릴리의 강력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의미한다. 국내 기업이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면서 지분유치까지 성공한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일라이릴리의 지분투자로 에이비엘바이오의 지위가 단순 기술이전 거래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된 것으로도 해석한다. 일종의 공동운명체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분투자까지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라이릴리가 보유할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 된다. 단기 시세차익이 아니라 에이비엘바이오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일회성 계약이 아니라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기술을 확실하게 잡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역사를 보면 이 같은 성과가 얼마나 눈부신 지 알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창업주 이상훈 대표는 지난 2016년 한화케미칼이 사업재편 차원에서 매각한 바이오사업부를 인수해 회사를 차렸다. 불과 10년만에 최대 기술수출 누적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은 한 회사의 성과가 아니라 바이오산업 전체의 성과로 봐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이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 발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한국 바이오벤처가 글로벌제약사 담당자를 만나서 상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먼저 찾아와 딜여부를 체크하는 경우도 생겼는데 일부 바이오벤처들이 좋은 딜을 이끌어내면서 나온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가능성이 성과가 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는 한국 바이오텍 전체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후발주자들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사례를 기술의 정당한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업계는 플랫폼기술 분야에서 보여준 성과로 증명을 지나 성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뤄갈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일라이릴리는 알츠하이머, RNA신약, 비만약 영역에서 장기파트너로 에이비엘바이오를 선정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력이 단순 물질 발굴을 넘어섰고 다양한 약물에 적용 가능한 범용적이고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플랫폼 기술은 기술의 적용범위가 넓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 또 여러 건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할 수 있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은 추가 연구개발(R&D)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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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는 후속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달성해야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는 기술수출을 주업으로하는 바이오벤처라면 어떤 기업이라도 극복해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에이비엘바이오가 국내 바이오업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충분하다. 바이오벤처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도전할 회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라는 이미 성공한 롤모델이 생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