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사람처럼 걷고 균형을 잡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보여준 장면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인간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인간의 노동 영역이 어디까지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피지컬 AI(인공지능) 기반 아틀라스가 던진 충격은 과거 산업혁명 때와 결이 다르다.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다. 기계는 더 빠르고 강했지만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었다.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고 결정한다.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노동으로 소득을 얻는 사회의 기본 구조 자체를 흔든다. 이것이 '아틀라스 충격'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논쟁은 제자리다.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익숙한 문장만 반복 재생된다. 핵심은 실업이 아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생산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소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분배될 것인가다.
#AI가 만들어낸 부가 플랫폼과 자본에 집중될수록 다수의 삶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현대차 노동조합이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에 반발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흘러오는 수레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라는 진단이다. AI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지가 아니다. 질문은 거대한 변화가 어떤 사회적 틀 속에서 관리돼야 하는지로 수렴한다.
논의의 틀을 '기본사회'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현금을 얼마 나눠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념 대결이나 선거용 포퓰리즘 전략으로 치환하는 접근은 본질을 흐린다. 소득, 교육, 의료, 돌봄, 주거 등 최소한의 삶을 사회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의 문제다.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인간으로서의 기본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기본사회는 진보의 구호가 아니라 기술 변화에 대한 제도적 대응으로 봐야 한다. 생산 방식이 바뀌면 사회 구조가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법과 복지국가가 등장했다. AI 혁명 이후의 기본사회 역시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월드코인'을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개인의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이 아니다. 공공 데이터와 사회 인프라, 집단적 지식의 축적이 낳은 결과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의 일부를 사회가 공유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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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준비됐느냐다. 1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1297개 법안 중 AI와 로봇 시대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다룬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AI 혁명을 눈으로 확인하는 이 순간에도 정치는 여전히 근로시간, 고용유지, 정규직 보호라는 20세기 언어에 갖혀 있다. 어떻게 더 고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고용이 줄어드는 사회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틀라스 충격'은 AI 사회로의 전환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총성이다. 준비된 사회에는 도약의 신호가 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곳엔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