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패러다임 전환, '특이점'이 발생한 세계

[광화문]패러다임 전환, '특이점'이 발생한 세계

김경환 경제부장
2026.02.04 05:40

국제 관계가 안정되고 평화 시대가 오랜 기간 지속되자 사람들이 자극적인 걸 찾게 된 걸까. 최근 전 세계에서는 극단과 극단이 부딪히며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평화롭게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던 세계관은 아득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힘의 논리로 재편된 국제 관계는 이런 변화를 잘 설명한다.

전쟁이나 큰 위기가 있을 땐 내부 갈등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통의 적에 집중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표출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의 적이 사라지고 평화의 기간이 길어지자 역설이 발생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은 냉전 시기 공산권을 공통의 적으로 내세워 내부 갈등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자 내부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주로 양극화, 자산 불평등이 만들어낸 갈등이다. 극우, 극좌 등 극단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기제가 형성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북한이란 공통된 적과 전쟁에 대한 위협은 내부 갈등을 억눌러온 요인이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성장이 고도화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북한을 경쟁자로 보는 시선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물론 북핵 등 위협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도 힘의 균형이 한국으로 기울면서 북한의 존재감은 과거보단 약해졌다. 이는 내부 갈등이 부각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 약화도 글로벌한 변화를 야기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UN(국제연합), WTO(세계무역기구)와 같은 미국 주도의 질서 덕분에 평화를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2인자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 패권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국제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포착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비롯한 강력한 견제를 개시했다. 문제는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자국 우선주의가 동맹국으로도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캐나다, 유럽, 멕시코 등 전통 우방에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미국 패권이 약화하는 초조함이 반영된 행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통제 약화는 이미 여러 측면에서 포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같은 중동 불안은 물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등 글로벌 군사적 긴장 고조가 단적인 사례다. 미국의 공고한 패권 아래서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법한 일이다.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세계질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특이점'이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가 더 이상 정의나 합리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힘의 논리가 새로운 균형이 된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의 패권 약화는 전 세계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를 초래한다. 무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호 무역주의가 득세를 할 것이고 앞으로 국제 관계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자유무역을 토대로 성장 가도를 달려온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적신호는 이미 켜졌다. 중국과 일본이 무역전쟁에 돌입하면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을 타결한 후에도 한국의 대미 투자 속도가 느리다며 관세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이미 예측불가능한 상대가 됐다.

한국은 위기에 강했다. 항상 위기와 맞닥뜨려왔고 이를 극복해오면서 성장해왔다. 이재명 정부도 전 세계적인 특이점이 발생한 위험한 국면에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각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슬라가 만드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도 중국산 부품이 없으면 만들지 못한다. 전 세계는 이미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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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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