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에서 바리스타로.."커피는 나의 꿈"

비보이에서 바리스타로.."커피는 나의 꿈"

최종일 기자
2009.03.23 12:05

[2030일과꿈] WBC에 출전하는 바리스타 이종훈씨

세계적인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하루에 수십 잔의 커피를 맛보는 청년이 있다. 10대 시절 춤에 푹 빠져 살았다는 그는 이제는 땀 대신 진한 열정의 향을 커피에 녹이고 있다. 최근 열린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해 다음 달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이종훈(26ㆍ사진)씨 얘기다.

이 씨는 학창 시절에 공부는 뒷전이고 최고의 춤꾼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비보이들과 모여 안무를 짜고 기술을 익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한 뒤, 현실적인 진로 고민 끝에 비보이의 꿈을 접어야 했다.

"유명한 비보이들은 많이 알고 있어요. 같이 무대에서 춤을 췄었거든요. 계속 꿈을 키워가고 싶었지만, 그 때는 방법이 없었어요.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다 2002년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커피 맛에 '꽂혔다'. 이듬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커피 아카데미의 문들 두드렸다. 이후 정식 입문 일 년 만인 2004년 21살의 나이로 쟁쟁한 실력파들을 물리치고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 그 해에 세계 바리스타들의 경연장인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ㆍ세계바리스타챔피언십)에도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행운을 안았다.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운 좋게 국내 대회에서 1위를 했죠. 전년도 세계대회 우승자의 동영상을 보며 연습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죠. 하지만 세계대회에서는 24등을 했어요. 충격이 컸죠. 일 년 사이에 참가자들 손놀림이 더 빨라졌더라고요."

그는 이달 초 국내 대회에서 다시 1위에 오르며 내달 중순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리는 WBC에 출전한다. 5년 전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6명이 올라가는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루에 많게는 30~40잔의 커피를 맛보고 있다. 대회에서 15분 시연 시간 동안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창작메뉴 등 3가지 커피를 총 12잔을 만들어 서브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은평구에 친한 바리스타들과 작업실도 마련했다.

"세계대회엔 50여 개국에서 출전해요. 결승에만 올라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럽 바리스타들의 실력이 쟁쟁해요. 우리나라는 커피 문화나 환경이 아직은 열악한 상황이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뛰어나잖아요. 출전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우승을 못하란 법도 없죠. "

지금은 인정받는 바리스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직업이 불투명하다보니 처음에는 부모님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그도 한 때는 바리스타 직업에 대해 확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유럽을 여행하다 일상화된 커피 문화를 보며 결심을 굳혔다.

나중에는 자신의 커피브랜드 사업에 나설 생각이라는 그는 당분간은 바리스타로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국내 비보이팀들이 최근 수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잖아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또 세계대회 우승은 대부분 유럽국가에서 차지해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의외의 시선으로 쳐다보죠. 그네들에게 우리의 손재주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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