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교육감 권한 강화' 개정안 철회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 정책'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 업무를 제외한 초·중·고 업무의 경우 지방으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방향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다. 교과부는 지난달 19일 사립학교 설립허가권을 시·도교육감에게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려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당시는 학업성취도 평가, 교장공모제 등을 두고 교과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한창 기싸움을 벌일 때였다. 일부 교육감의 경우 자율고 지정 취소 움직임도 보였다.
'따로 노는' 교육감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교과부는 교과부 장관이 가진 초·중·고 사립학교 설립허가, 해산인가, 합병인가, 정관변경 인가, 해산명령, 청문 등 6가지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거둬들였다. 지난 3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권한 이양 내용이 빠진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2년째 표류 중인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도 통과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교육감협의회 권한 강화, 교과부 장관의 부교육감 제청 권한 교육감에 이양, 교육감 인사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진보교육감 출현으로 이제 앞장서서 저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교과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부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교육관치에 대해 혐오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덕분에 학교자율화, 대학자율화가 'MB교육'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사교육비를 잡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중앙정부가 크게 간섭하지 않고 지방자치에 권한을 이양하는 게 큰 흐름이었다.
안 장관은 지방선거 전인 지난 3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부는 교육청과 학교로 많은 권한을 위임, 이양하는 등 학교자율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자율성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자율, 다양, 책임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되는데 자율 쪽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도 야당 시절이 있었던 만큼 대승적으로 길게 보고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라는 대세에 역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