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무상급식·반값등록금 등 복지논란에 대해 진보론자 답지 않게 보수진영의 전가의 보도인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곽 교육감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 머물고 있는 교육투자를 6%까지 늘리면 무상급식은 물론 △전면적 무상급식 △고교 교육 의무화 △ 반값등록금이 모두 달성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이 더 필요한 만큼 재정이 늘어나는 만큼 학부모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복지혜택을 더 받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측근들은 "세원 조달을 위해 소득 역진적인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보다는 재산세 상속세 등 부유층에 과세하는 직접세를 올려 재원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곽 교육감의 속내를 대신 전했다.
곽 교육감의 1년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 학업성취도평가 기초학력미달비율 △ 특성화고 취업률 △ 교원연수 참여율 △ 교육과정 선진화 △ 청렴도 등에서 점수가 낮아 '매우미흡' 등급을 받았다. 지지기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도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 실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곽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반부패와 인사비리 척결 등이 과거 보수교육감 시절보다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교과부의 평가에 대해선 나도 절반(지난해 6월취임)의 책임이 있고 종합적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 △ 학업흥미도 △ 민주시민 교육 △자치·자율 역량 등 교육의 본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며 교과부의 평가에 대해 이견을 나타냈다.
교원 집단의 엇갈린 평가에 대해서는 "교총·전교조 등 교원단체 간 가교역할에 더 힘써 인식의 공통지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괄호안은 곽 교육감의 발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보충취재한 내용.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전면반대 주민투표'를 8월 하순 실시합니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공약으로 내건 교육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아이가 태어난지 이미 120일이 지났고, 또 이 아이를 애지중지하는 수많은 시민과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죽일지 말지 투표에 부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내년에 어차피 두 차례의 선거(총선 및 대선)가 예정돼 있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뜻이 표출될 것입니다. 그런 만큼 굳이 182억이라는 큰 돈을 들여 투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시도는 '오발탄'또는 '불발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시설투자 등 돈 쓸 곳도 많은 데 굳이 '있는 집 자녀'까지 서민들이 낸 세금으로 밥을 먹여야 하나라는 비판적 여론이 있습니다.
▶경제활동 시기, 즉 성인기에 경쟁이 강조될수록 어린시절에는 경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시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시기가 바로 학령기이며 의무교육 기간이죠. 이때에는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가장 평등하게 최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습니다. 굳이 부잣집 아이라고 차별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죠. 보편적 교육복지에는 무상급식뿐 아니라 학습준비물, 기본적인 문·예·체 향유권까지 포함돼야 합니다.
-여야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에 대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이 우세합니다. 반값등록금 이슈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이미 80%에 달하고 있어 대학교육이 이미 보편적 교육, 보통교육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마땅히 책임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이 감내하기 힘든 등록금을 낮춰줄 필요는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교육재정의 확충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교육투자는 국가재정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합니다.
사회통합·사회정의·미래번영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GDP의 4.5%만 가지고 '되네, 안 되네'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공적 의미를 가지려면 물불 안 가리는 사교육비 투자를 넘어서서 학부모들이 교육재정의 대폭 확충을 주장하고 일어서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들어맞는 때입니다.
-세금을 더 내게 되면 대다수 국민들이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진실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공짜 점심이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길게보면 세금이 늘어나지만 등록금 인하와 무상급식으로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이 늘고 이는 다시 기업투자로 이어져 결국 국민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정부의 이전소득으로 서민층의 소득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죠. 경제가 좋아지면 추가 납세한 것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진보 교육감이 나와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를 듣기 힘듭니다.
▶(교육비 경감은 1,2년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교육감 이념에 따라 단기간에 해결할 성질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공부를 못하는 것이나 공부시간이 짧은 게 있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강제로 공부에 내몰리고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교육비를 억제하자는 미명아래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가 2008년 한국에 와서 한 말이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원을 오가며 하루 15시간씩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위해, 미래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낭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배운 걸 다시 반복해봐야 시간당 생산성만 떨어집니다. 부모들의 경쟁심리와 불안심리를 이용해 값싼 위로를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외국어고가 설립취지와 달리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습니다. 외고에 대해 어떤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나요.
▶고교선택제와 더불어 특목·자사고가 일반 인문계 고교의 황폐화를 가져왔습니다. 우수학생을 독점 선발하면서 설립취지와 달리 입시명문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 학교들은 인가 기간이 5년입니다. 우선 내년에 선거를 통해 이들 학교의 존폐를 포함한 향후 진로에 대해 국민 의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있을 겁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 교육청 차원에서는 2~3년 내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부터 심사기준을 마련해 그에 따른 자료를 매년 축적한 뒤 의미 있는 판단을 하려고 합니다.
-교육감에 대한 교총과 전교조의 평가가 엇갈립니다.
▶제가 더욱 두 교원집단의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종 자문위원회와 정책협의의 장을 통해 만남을 빈번하게 하고 공통분모를 키워나갈 겁니다. 장학관들에게도 어떤 정책을 만들거나 바꿀 때 반드시 교원단체에 자문위원 추천을 의뢰하라고 합니다.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7월부터 '서울교육포럼'이라는 격월제 모임을 통해 두 교원단체가 서울교육의 주요 정책과 현안 놓고 토론하는 장을 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