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주개발, 조급증을 깨라

[기자수첩]우주개발, 조급증을 깨라

서진욱 기자
2013.02.05 06:25

 지난달 30일 나로호(KSLV-I)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사업이다. 2021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한국형발사체를 개발, 2025년쯤 달 탐사선을 쏘아올린다는 게 우리나라의 목표다.

 나로호 발사 직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달 탐사선 발사를 앞당기기 위해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을 1~2년 단축하겠다"는 새 공약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까지 달 탐사선을 발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우주개발사업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장관과 김 원장은 정확한 단축기간을 밝히지 않은 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재로선 이같은 공약 달성이 가능할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아직 우주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액체엔진을 개발하지 못했다. 발사체개발사업단은 "액체엔진 부품 중 상당수가 개발된 상태"라고 밝혔지만, 검증시험을 거치지 못했다.

 액체엔진 성능을 종합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추진기관 시험설비가 구축되지 않아서다. 더구나 2015년으로 예정된 추진기관 시험설비 구축은 예산 삭감 탓에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발사체 개발이 곧바로 발사 성공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나로호는 개발부터 발사 성공까지 10년이 걸렸다. 2009년 첫 발사 이후 지체된 시간만 3년이 넘는다. 그럼에도 당국은 '나로호 발사 성공'이란 결과만 가지고 발사체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물론 김 원장 말처럼 시작이 늦은 만큼 우주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개발기간이 단축될수록 실패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나로호 프로젝트를 통해 여론이 실패에 관대하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앞으로 우주개발 초점이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완벽하게'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기간 단축을 내세워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려는 당국 태도는 가까운 미래에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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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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