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 4년뒤 인구절벽… 혹독한 구조개혁 대비할때"

"전국대학 4년뒤 인구절벽… 혹독한 구조개혁 대비할때"

대담=문성일 사회부장, 정리=최중혁 기자
2013.04.08 06:05

[머투초대석]덕성여대 홍승용 총장 "도전하는 여성인재 양성에 주력"

 돌이켜 보면 도전의 연속이었다. 연구원에서 관료로, 관료에서 총장으로, 총장에서 사장으로…. 사장을 벗어던지니 다시 위원장이란 벽이 막아섰다. 뚫고 나아갈 것인가, 못 본 척 돌아갈 것인가.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작지만 강한 대학, 성공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대학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작지만 강한 대학, 성공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대학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2011년 6월,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직을 막 그만둔 홍승용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대한민국 역사상 그 누구도 맡아본 적이 없는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이란 자리를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다 할 보수도 없고, 욕만 많이 먹는 자리였다. 하지만 회피할 수 없었다. 해양수산부를 떠난 이후 인하대 총장 등 대학에 10여년 간 몸담으면서 대학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해 온 터였다. 대학을 사랑하면서도 대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이가 맡아야 할 자리였다.

 회의는 수시로, 치열하게 열렸다. 마침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43곳이 지정됐다. 이른바 부실대학들이다. 17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됐다. 하지만 학생모집에 문제가 없는, 전통과 명성이 있는 대학들도 일부 포함됐다.

 이들 대학 총장은 "평가기준이 엉터리"라며 울분을 토했다. 비난의 화살은 홍 위원장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더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했다. 한국 대학 사회의 첫 구조조정은 이렇게 시작됐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중심에 섰던 홍 위원장은 올 3월 덕성여대 총장이 돼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다. 감회와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대학은 무엇일까. 그가 생각하는 대학의 미래는 무엇일까.

 -4년 2개월 만에 다시 대학 총장직을 맡았습니다.

 ▶사실 총장 자리는 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청년창업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단체에 도움을 좀 줄 수 있으려나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제의가 좀 있었어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도 했고,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도 했으니 노하우를 살려 대학에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어떤 걸 돌려줄 수 있을까요.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있어요.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2017년쯤에 고교졸업 인원이 대학입학 정원을 밑돌고, 2024년쯤에는 17만명이 모자랄 거예요. 모든 대학들이 절벽 아래로 한 번 떨어지고, 그 다음 다시 강을 타고 내려가는 상황이 될 겁니다. 2017년이면 불과 4년 뒤인데 할 일이 태산이지요. 아무 준비없이, 대책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럼 어떤 준비,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학생수 줄어드는 걸 단순 계산해 보면 전문대 포함해서 전국 350개 대학 중에 100개 정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나라에서 구조개혁이다 뭐다 난리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자연도태 된다고 봐야죠.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선 것은 반값등록금 영향이 컸어요. 정치인들이 약속했으니 지원을 하긴 해야겠고, 그러려니 시원찮은 대학까지는 안 되겠고, 그래서 구조개혁이 나온 거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구조개혁이 일어나 줘야 합니다. 특히 사립대 구조개혁법이 빨리 마련돼야 해요. 새 정부 출범 후 힘이 있을 때 올해 9월 안으로 통과돼야 합니다.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제도적 절차가 빨리 마련돼야 절벽에 떨어질 때 충격이 줄어들 것 아닙니까.

 산술적으로 보면 수 십개 대학은 퇴출이 돼야 하고, 그 위에서는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줘야 합니다. 잘 나가는 대학들도 정원감축으로 구조개혁에 동참시켜야 하고요. 경량화 시키지 않으면 몸집 무거운 대학들은 파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번 정부에서 지방대를 육성한다고 하니까 부실대학들이 기대심리를 많이 키우는 것 같은데 지방대 육성이 부실대학 지원으로 이어지면 안 됩니다. 참여정부 시절 지방대 육성사업인 누리사업의 재판이 돼서는 곤란합니다.

 -덕성여대에는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요. 취임사에서는 7대 전략이 눈에 띄었습니다만.

 ▶크게 네 가지를 고려했어요. 국내외적인 고등교육 수요 변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생산(GDP) 3만~5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여성 인력의 경제참여 확대, 사회 요구를 반영한 선제적 교육 콘텐츠 준비, 덕성 브랜드의 획기적 위상 제고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통해 7대 전략을 뽑아냈습니다.

 우선, 덕성의 영어 이니셜인 'D, S'를 풀어 'Dare to Succeed'를 새로운 모토로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이제 도전하는 세상을 열어가자, 유리천장을 부수자, 승진의 사다리를 우리가 같이 올리자, 이런 뜻이 담겨있는 단어가 'Dare'입니다. 한 마디로 도전이죠. 그럼 무엇을 위한 도전이냐. 바로 성공입니다.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 거죠. 도전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이 습관이 되면 조직의 운명이 바뀝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토는 매우 중요합니다.

 '仁(인)·義(의)·禮(예)·智(지)·信(신)'의 덕성지수(Virtue Quotient, VQ)가 높은 여성 지도자 양성, 대학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Student First' 정책, 창업과 산학협력 강화 등도 아마 타 대학과 차별화된 부분일 겁니다.

 -덕성여대는 수 십년간 학내분규가 이어져 와서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이 과거에는 꽤 좋은 대학이었는데 현재는 상당히 추락해 있다고 봐야죠. 다시 날개를 달아 비상을 해야 합니다. 비상을 하려면 일단 웅크려야 합니다. 웅크리는 과정에서 변화의 아픔이 좀 있을 겁니다. 변화의 아픔은 기존 관성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지려는 시도입니다.

 그런 시도들이 모이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덕성에서 많은 성공 스토리가 나올 겁니다. 작지만 강한 대학, 성공 스토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대학,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입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해야겠죠. 제 스스로는 적극적인 비즈니스맨이 돼야 할 테고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재정건전성이 사립대 중 톱클래스 수준입니다.

 -그래도 4년만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대학이 개혁에 매우 보수적인 면을 감안하면 더욱 회의적입니다.

 ▶열심히 하면 됩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해야죠. 제가 취임할 때 정직, 겸손, 생각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CEO 총장이 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자신에 대한 다짐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대담한 약속을 한 거죠. 사실 총장을 해보면 정직하기 쉽지 않아요. 적당히 불의와 타협할 줄도 알고 그래야 버틸 수 있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적당히 타협해서는 못 바꿉니다.

 겸손, 생각의 개방성도 중요합니다. 소통을 얘기하면서 스스로는 불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들으라고 하면서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부터 겸손하게 소통하면서 살 테니 구성원들도 같이 따라와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취임 후 100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매우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고, 중장기전략은 거의 마무리 됐어요.

 -분규사학 특유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낼 생각인지요.

 ▶모든 교수들을 면담할 예정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과별 면담은 이미 3분의 2 정도 마쳤어요. 학생들도 만나서 총장 특강을 다 하려고 합니다. 핵심은 '깨어나라'입니다. 덕성 학생들이 순박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현재는 많이 주눅들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사실 뛰어난 자질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요. 수능 등급으로만 봐도 2등급, 2.5등급 정도 됩니다. 빨리 깨어나야 합니다.

 다음달에는 처장들 모두 데리고 캠퍼스 버스투어를 다닐 겁니다.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소문만 서강대, 숙명여대, 한동대, 서울여대 등에 찾아가서 겸손하게, 열린 생각으로 배울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마련한 전략을 수정·보완하고, 6월에는 교수회의에서 우리가 갈 길을 확정해서 보여줄 생각입니다. 앞으로 성공 스토리를 끊임없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켜보세요.

◇약력△1949년 경기 화성 출생 △경복고·고려대 졸업 △서울대 석사, 경희대 박사 △미국 하와이대학교 부설 동서문화센터 자원시스템연구소 연구원 △KIST 부설 해양연구소 해양정책연구실장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병설 우즈홀해양연구소 해양정책센터 연구위원 △한국해양연구소 해양정책연구부장 △미국 워싱턴대학교 해양정책학부 객원교수 △해양수산개발원장 △해양수산부 차관 △인하대학교 총장 △고려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제9대 덕성여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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